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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화산 100㎞ 내 2500만 명 거주…화산재 마닐라 덮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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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탈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도로를 덮은 바탕가스주 아곤실로에서 사람들이 13일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탈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도로를 덮은 바탕가스주 아곤실로에서 사람들이 13일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65㎞ 떨어진 탈(Taal) 화산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폭발해 폐쇄됐던 마닐라 공항이 13일 정오 항공기 운항을 부분 재개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마닐라 공항은 전날 화산재가 활주로 등에 떨어져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 500편 이상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며칠 내 대규모 추가 분출 가능성 #수도권 지역 관공서·학교 휴무령 #교민 “치솟은 화산재 눈처럼 쌓여” #휴무설 혼란 한국대사관 “근무 중”

13일 현지 언론과 CNN에 따르면 탈 화산은 전날 오전 11시부터 소리와 진동이 관측됐고 증기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후 화산재가 뿜어져 나오며 오후 7시30분 높이 10~15㎞에 달하는 테프라(화산재 등 화산 폭발로 생성된 모든 종류의 쇄설물) 기둥이 형성됐다.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의 케손시 북쪽까지 화산재가 떨어지자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가 경보 4단계를 발령했다. 수 시간 또는 며칠 내로 위험 수준의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필리핀 정부는 탈 화산섬을 영구 위험지역으로 선포해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고, 반경 14㎞ 이내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소 4만5000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다. CNN은 탈 화산 반경 100㎞ 안에 2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이들에게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13일 수도권과 인근 지역의 모든 관공서와 주식거래소, 학교에 각각 휴무령과 휴교령을 내렸고, 민간기업에도 휴업을 권고했다. 일부 지역 학교는 14일에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휴업하기로 했다. 필리핀 교민 뉴스는 외출 시 마스크 및 우산을 지참하는 한편, 실외기에 화산재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트럭을 타고 위험 지역에서 대피하는 바탕가스주 탈리사이 주민들. 이날 마닐라와 주변 도시 관공서와 학교에는 휴무령과 휴교령이 내려졌다. [AP=연합뉴스]

이날 트럭을 타고 위험 지역에서 대피하는 바탕가스주 탈리사이 주민들. 이날 마닐라와 주변 도시 관공서와 학교에는 휴무령과 휴교령이 내려졌다. [AP=연합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화산 폭발 사진과 함께 “집에 보내주세요” “온 세상이 까만 화산재로 뒤덮였다” “정말 무섭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탈 화산에서 20㎞ 떨어진 카비테주에 3년째 사는 안영상(40)씨는 “화산재가 하늘 위로 솟아올랐는데 화산 근처는 마치 한국에서 눈이 오는 것처럼 재가 쌓였다”며 “내 차는 원래 하얀색인데 화산재가 쌓여 까맣게 변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13년째 사는 김수연(38)씨는 “탈 화산에서 98㎞ 떨어진 마닐라 올티가스에 사는데 어제부터 화산재가 날렸다. 학교도 휴교라 도로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화산 폭발을 두고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대처와 관련해 교민들의 비난이 나왔다. 안씨는 ‘대사관에서 안전 문자를 받았냐’는 질문에 “나는 모바일 메신저에 대사관을 친구로 등록해 놓아 경보 알림이 오긴 했다. 하지만 등록이 안 돼 있으면 안내를 못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오늘 대사관이 휴무 결정을 내렸다는데 그건 대처가 조금 미흡한 것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한국대사관은 이날 오전 필리핀 정부의 관공서 휴무령을 이유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민들에게 알렸다. 일부 교민은 단체 모바일 메신저 방에서 “이런 시기에 대사관이 휴무인 게 맞는 건가요”  “소방관도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니 불나면 대피해야겠네요”  “일본과 영국 대사관은 정상 운영하더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사관 측은 “휴무인 것은 맞지만 일반 행정직을 제외한 사람으로 비상 대책반을 꾸려 24시간 체제로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며 “지금도 피해 접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유진·위문희·이우림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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