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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22%가 20대 후반, 한국 7년째 OECD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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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13일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7년째 1위다. 이어 2위는 덴마크(19.4%), 3위는 멕시코(18.2%) 순이였다. 미국은 이보다 낮은 13%, 일본은 12.6%, 독일은 13.3%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대 후반은 7.8%에 불과하지만, 실업자 5명 중 한명은 20대 후반일 정도로 이들의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그리스·슬로베니아가 각각 20.8%로 1위였고, 한국은 20.1%로 이들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후 두 국가는 이 비율이 하락했다.

“시간 걸려도 대기업 가겠다”…취업시장 미스매치 ‘이태백’ 양산 

그리스는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고, 슬로베니아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경제가 역성장한 바 있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비교 대상국보다 높고, 남성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면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시기가 늦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20대 후반 실업률은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원인은 취업시장의 미스매치다. 청년들은 구직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길 원한다. 반면 대기업 등은 대졸 초임이 높고 노동 유연성은 낮아 신규고용을 꺼린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할 정도로 자리가 비지만, 급여나 복지 등에서 청년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공개한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23만원으로 대기업(488만원)의 45.7%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대졸 초봉도 구직난 대신 구인난을 겪는 일본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대기업 대졸 초임은 연 3만6228 달러로 일본(2만7647 달러)보다 1만 달러 가량 많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고 시간이 지나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실업 기간이 길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은 초임이 높지 않아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뽑을 때 부담이 적지만 한국은 그 반대”라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을 ‘유턴’하게 만들어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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