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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빅3' 조폭 33명 구속…반년 만에 재건 나선 간 큰 조직

중앙일보

입력

전주지검이 지난해 3월 19일 "지난 1년간 전주 지역 3개 파 조직폭력배 3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히며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 검찰과 경찰 로고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지검이 지난해 3월 19일 "지난 1년간 전주 지역 3개 파 조직폭력배 3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히며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 검찰과 경찰 로고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해 경찰과 검찰이 전북 전주의 이른바 '빅3' 폭력 조직원 30여 명을 검거했지만, 반년도 안 지나 그 규모와 맞먹는 신규 조직원을 특정 조직이 흡수한 것으로 검·경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조직 재건' 첩보를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해당 조직원 등 50여 명을 조사했고, 검찰은 이 가운데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악명 높은 월드컵·나이트·오거리파 #3년간 3개파 조직원 70여명 법정行 #"조폭 활동 위축될 것" 예측 빗나가 #전주지검, 나이트파 소속 24명 기소 #폭력조직 가입하거나 활동한 혐의 #경찰 '조직 재건' 첩보로 수사 착수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노진영)는 13일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폭력조직에 가입하거나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주 지역 폭력조직 나이트파 간부와 신규 조직원 등 17명을 구속기소 하고, 7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들의 이름과 나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월드컵파·나이트파·오거리파 등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3개 폭력조직 소속 조직폭력배 70여 명이 구속기소 되면서 이들 세력은 약해졌다. 조직 간 잦은 충돌 사태로 빚어진 결과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3개 조직은 전주 지역 전체 6개 폭력 조직(조직원 300여 명) 중에서도 세력이 크고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알려졌다. 30년 넘게 살인과 폭행·갈취 등을 일삼아 악명이 높다. 검찰이 파악한 자료(지난해 3월 기준)에 따르면 1982년 같은 해 조직된 월드컵파와 나이트파 조직원은 각각 76명과 67명, 1986년에 만들어진 오거리파는 62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주지검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월드컵파·나이트파·오거리파 조직원 33명을 구속기소 했다. 주로 20대인 이들은 범죄단체를 구성해 패싸움하고, 일반 시민과 탈퇴 조직원을 집단 구타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수상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부분 1년 6개월~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서로 난투극을 벌이거나 거리에서 눈이 마주친 시민을 '묻지 마'식으로 집단 폭행했다. 또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 무차별 주먹을 휘둘렀다.

2018년 6월 월드컵파와 나이트파 양쪽 조직원 14명이 구속기소 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해 4월 17일 새벽 전주시 서신동 한 술집에서 벌어진 사소한 말다툼이 화근이 됐다. 나이트파 조직원 A씨(28)의 여자 친구가 월드컵파 조직원 B씨(29)가 운영하는 술집에 갔다가 옆자리 남성들과 시비 끝에 조직 간 패싸움으로 번졌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월드컵파 5명과 나이트파 9명이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오거리파의 범죄도 만만찮다. 2018년 6월 3일 오거리파 조직원 C씨(27)는 길거리에서 쳐다본다는 이유로 맥주병으로 한 남성의 머리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 뒤늦게 피해자 친구 2명이 항의하자 조직원 4명은 목검 등으로 이들을 때렸다. 같은 달 6일 조직원 D씨(25) 등 3명은 탈퇴 의사를 밝힌 후배(24)를 조직원 숙소에서 마구 때려 중상을 입혔다.

당시 검·경은 3개 파 조직원 3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면서 조직 활동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봤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나이트파가 신규 조직원을 가입시키는 등 조직 재건을 도모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관련자 50여 명을 조사했다.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나이트파 소속 조직폭력배 24명(구속 12명)을 범죄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경찰 내사 단계부터 폭력조직 내부 정보와 범죄 자료 등을 공유했다.

최용훈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경찰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조직폭력배가 준동하는 것을 단호하고 효과적으로 막아 왔다"며 "앞으로도 조폭 근절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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