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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늘 총리 표결 정세균, 악연 정동영에 "도와달라" 전화

중앙일보

입력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일부 야당 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찬성표결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평화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 대표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통화 중에 잠시 긴장도 흘렀다고 한다. 정 대표가 중앙일보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복기한 바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

▶정동영="총리로서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우선돼야 한다. 만약 그럴 우려가 있다면 우리(평화당)는 찬성할 수가 없다."
▶정세균="전혀 불법을 할 생각이 없고 그러지도 않겠다."
▶정동영="정 의장(국회의장을 뜻함), 총리가 '초도순시'를 명목으로 고향인 전북을 방문해서 민주당 총선 후보자들과 만나면 그게 바로 선거개입이다. 불법이 아니더라도 꼼수다."
▶정세균="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하지 않겠다. 더는 걱정하지 말라. 이번 선거가 끝나면 협치를 하려고 한다."
▶정동영="선거 때 야당을 죽이려고 하면, 선거 후 협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 선거 중립을 지켜달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후원회장·전당대회의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후원회장·전당대회의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남·북을 아울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북을 대표해 온 두 정치인 사이엔 부드럽지 않은 인연이 있다. 1995년 제1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영입한 '정치 입문 동기'인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선 각각 통일부 장관(정동영)과 산업자원부(정세균) 장관을 지냈고, 모두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정 대표가 2009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자 당 대표이던 정 후보자는 정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정 대표는 탈당을 감행해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복당까지는 9개월이 걸렸다. 당시 정 후보자는 "친노 통합 우선"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 후보자가 주목받아 전북의 표심이 민주당에 쏠리면 정 대표의 정치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정 후보자에게 분명하게 짚은 것도 있지만, 당적과 상관없이 '잘 되길 바란다'는 덕담도 했다"고 전했다.

같은 전북 출신인 유성엽 대안신당 의원과의 통화는 훨씬 부드러웠다고 한다. 유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안신당을 이끌어 도와달라'고 하길래 '제게 뭣 하러 전화하느냐.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재차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정 후보자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정 후보자의 한 측근 인사는 "반대표가 예상되는 한국당 중진들에게도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0년 12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정동영 당시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12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정동영 당시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이 무산되거나 부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 후보자와 연말 모임에서 만났다는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 모임에서도 정 후보자가 '도와달라'고 했다"며 "청문회를 봐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한국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동의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는 점과 호남의 반대가 있는 유치원 3법의 표결 순서가 미정이라는 점 등이 그나마 변수다.

정 후보자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민주당 의원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게 정 후보자의 성격"이라며 "도움을 구하는 과정 자체를 협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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