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view] 김관진 항소심의 반전…사이버사 댓글 되레 선거때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2017년 11월 7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11월 7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9일 오후 김관진(71) 전 국방부 장관의 항소심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 재판이 시작되고 얼마 후 이날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문영상(51)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교수가 법정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자료 제목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횟수 패턴 분석’. 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전공자다. 하지만 검찰 측이 “증인이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해) 증언할 위치에 있지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재판장인 구회근 부장판사(고법 형사합의 13부)가 “우리가 볼때 의미가 있으니 증언을 듣겠다. 검사는 앉으라”고 지시하며 소동이 가라앉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과 군사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김태효 전 청와대 외교안보기획관도 이 장면을 지켜봤다. 김 전 장관 등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군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 댓글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 등으로 기소됐다. 이른바 ‘적폐 수사’로 이어진 재판에서 빅데이터가 제시된 건 처음이다.

김관진 항소심서 AI 전문가 분석 #“총선·대선 전 댓글 급증현상 없고 #주제도 정치보다 국방·안보 이슈 #선거 집중된 국정원 댓글과 달라”

검찰이 발끈한 건 그동안 진행된 네 차례 재판에서 나온 쟁점과 관련이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범행 댓글은 모두 8862건. 사이버사령부 요원 121명이 2011년 11월~2013년 6월(19개월간)사이, 게시한 댓글 72만건의 8분의 1 가량이다. 재판 내내 정치성 있는 댓글의 기준, 8862건이 나온 근거 등이 논란이 됐다. 군 헌병대 수사관들이 판단한 것이지 객관적 기준이 없지 않느냐는 거였다. 댓글이 집중 발생한 시기가 총선과 대선 직전인지도 쟁점이었다.

사이버사 댓글 선거 2~3개월 뒤 급증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횟수 패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횟수 패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증인 선서를 한 문 교수는 “피고인 측 의뢰로 지난 6개월간 클라우드 기법과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19개월간의 이 사건 관련 전 언론사 보도물과 신문기사를 전부 찾아 댓글과의 연관성을 전수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에 ‘어떤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일정기간 댓글 활동을 한 경우’에는 반드시 조직원들 전체가 움직이고 선거와 같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현상이 수량과 그래프로 반드시 나온다”며 “원세훈 전 원장에게 유죄가 확정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사이버사령부 댓글은 국정원 댓글과 달리 조직적 활동의 데이터 패턴이 없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기계로 선거기간 수개월동안 수억건에 이르는 방대한 수량의 댓글과 찬반을 표시하는 기법과도 달랐다”고 증언했다.

국정원 정치 댓글 횟수 패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정원 정치 댓글 횟수 패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 교수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2년 4·11총선과 12월 대선 전후 각각 3개월동안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에 의한 댓글 급증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총선 전 법정선거운동 기간(21일)동안 정치성 댓글은 164건, 1일 평균 8건에 그쳤다고 한다. 그해 대선 선거운동기간(23일) 정치성 댓글은 334건, 그중 223건이 NLL(해상 북방한계선) 수호 의지에 대한 댓글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종북 논란에 대한 댓글이었다.

“조직적 아닌 개인 정치성향 따른 일탈”

문제된 댓글을 키워드로 분석해 보니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댓글이 2348건(26.5%)으로 가장 많았고 임수경·이석기·이정희 등이 수위를 차지했다. 김관진 장관 관련 댓글도 88건 있었다. 또 북한은 1250건(14.1%)이었고 제주해군기지, 백선엽 장군, 천안함 폭침, 돈봉투 살포 등 국방·안보 관련이 많고 정치 댓글은 적었다고 한다. 특히 댓글을 단 심리전단 부대원 121명 중 22명이 8862건 중 4525건의 댓글(51.1%)을 달았고 19개월동안 하루 평균 14건의 댓글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문 교수는 사이버사령부 댓글을 국정원 댓글과 비교 분석하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정치·선거 관련으로 분류해 기소한 국정원 댓글 29만여건을 분석했더니 총선과 대선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분량이 격증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국정원 댓글은 다수가 같은 시간대, 완전히 동일한 내용의 글을 동시다발 작성해 다른 아이디로 전파해 목적성과 방향성이 뚜렷한 반면 사이버사령부 댓글은 조직적 활동으로 보기에는 데이터의 정교함, 일관성 및 시계열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사이버사령부는 수사 기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기소대상에서 빠진 댓글이 많다는 걸 아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빅데이터 자료가 향후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은 항소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라서다. 김 전 장관 측은 “연 전 사령관 등은 사이버 댓글에 대한 정치성 부분에 대한 개별 검증을 포기한 채 재판을 받다가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것”이라며 “이번 빅데이터 자료를 재판부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여러 사람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