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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오직 '나'만을 위한 기술…CES 2020이 던진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CES를 주최하는 미 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2020에서 "이제 IoT는 단순히 전자기기가 무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가 아니라 전자기기가 스스로 지능을 갖추고 사고하는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손재권 더밀크 대표]

CES를 주최하는 미 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2020에서 "이제 IoT는 단순히 전자기기가 무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가 아니라 전자기기가 스스로 지능을 갖추고 사고하는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손재권 더밀크 대표]

“사물인터넷에서 사물 지능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CES(소비자 가전쇼) 2020’의 핵심 이슈는 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Things)의 진화였다. 매년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제 IoT는 사물 지능(intelligence)의 시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선언했다. 1999년 케빈 애쉬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센서를 사물에 탑재해 사물 간 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라며 처음 사용했던 IoT의 뜻이 20년 만에 바뀌게 됐다.

20년 만에 바뀐 IoT 정의…이젠 ‘사물지능’으로

사물 지능은 왜 필요한 것일까. 바로 ‘나’를 위해서다. 사물 지능의 시대에선 스마트폰과 자동차, 생활가전ㆍTV가 단순히 서로 연결만 돼 있어선 안 된다. 이들 기기가 실제 지능을 갖춰 이용자, 즉 나를 도와야 한다.

‘나(me)’는 CES 2020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의 소개로 CES 개막 기조연설을 시작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부문장(사장)의 핵심 메시지도 ‘나와 가정, 그리고 도시(Me-Home-City)’였다. 동양적 사고관이라면 국가·도시·정부 같은 공적 기구가 먼저 나온 다음, 개인을 언급했겠으나 김 사장의 메시지에선 서구 사상의 근간을 형성하는 개인이 먼저 등장했다.

김 사장과 함께 CES 개막 스테이지를 뛰어논 ‘볼리’도 일반 대중(mass)을 겨냥한 상품은 아니다. 내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반려견 같은 로봇, 삼성전자가 지름이 90㎜인 테니스공같이 생긴 초소형 로봇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픈 메시지다.

LG전자 역시 ‘인공지능(AI) 발전 단계 4단계’(효율화→개인화→추론→검증)를 공표했다. 권봉석 LG전자는 사장은 “지금 AI는 사람이 뭘 명령하기 전에는 스스로 일하지 못하는 1단계 수준”이라며 “인간에게 먼저 제안하고 이용자에 맞춰 스스로 일하는 2단계 수준까지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물 지능이 필요한 이유, 국가가 아닌 ‘개인’ 도래한 까닭

도요타가 발표한 ‘우븐 시티’나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도심항공 모빌리티도 거대한 도시 구상의 단면이나, 이 두 가지 프로젝트 역시 출발점은 개인이다. 도요타의 우븐 시티는 국가나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 도요타가 개인과 개인을 엮는 ‘최첨단 커넥티드 시티’를 시즈오카(靜岡) 현에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가 CES에서 선보인 도심항공 모빌리티 모형도 개인용 비행체(PAVㆍPrivate Air Vehicle)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도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초고층 사옥을 구축할 계획이니, 자율주행차ㆍ로봇ㆍAI로 개개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 도시는 충분히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HP 출신의 멕 휘트먼 퀴비 CEO가 10분 이내의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를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0에서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HP 출신의 멕 휘트먼 퀴비 CEO가 10분 이내의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를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0에서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물 기술을 통한 개인화 기술은 미디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삼성 스마트폰 혹은 LG TV가 기상 직후인 아침 7시 무렵 “어젯밤 검찰 뉴스를 7개 보셨던데 검찰 관련 단독 뉴스를 보실까요”라며 유튜브로 뉴스를 이용자 명령 없이도 먼저 틀어준다. HP 출신의 ‘IT 여제’ 멕 휘트먼이 CES 2020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도 마찬가지다. 통념적으로 분량이 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뉴스ㆍ다큐멘터리도 퀴비는 10분 내로 짧게 끊어서 이용자 성향에 따라 맞춤 제공한다. 이들 모두 현재 네이버의 뉴스 추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개인화 기술이다.

‘매스 미디어’ 존재가 사라질 수도

이젠 ‘매스 미디어’라는 표현 자체가 진부한 20세기 용어로 치부될 수 있다. 사물지능 기반의 개인화를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보긴 어려운 이유다. 국가나 공공의 영역은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고, 언론·시민단체 상당수가 추구했던 공공선의 개념도 개인의 시대 앞에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왔고 국가 주도로 성장했던 한국 사회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 아직은 다소 고민스럽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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