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격추 고백에…반미 외치던 이란 시위, 반정부로 틀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12 08:25

업데이트 2020.01.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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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6시쯤(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니이 국제공항을 출발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소속 PS752편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륙 2분 만에 추락한 사건이 이란 방공 미사일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시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 등 다국적 탑승객과 승무원 176명은 전원 숨졌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 발사 시인
수도 방공부대 실수 사흘 만에 인정
이란·혁명수비대 이미지 동시 실추
국민 뽑은 대통령에 군 통수권 없고
사제인 최고지도자가 가진 신정체제
사고 계기 개선 목소리 나올지 주목
대학가, 최고지도자 비판 시위 재개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니이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 외부에서 파편이 기체를 때려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 보인다. 이란 방공부대가 쓰는 지대공 미사일의 하나인 러시아제 토르(나토명 SA-15 곤틀렛)는 목표물을 직접 때리거나 근처에서 터져 파편으로 무력화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란은 11일이 되어서야 혁명수비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167명이 탑승한 이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시인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 통수권자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니이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 외부에서 파편이 기체를 때려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 보인다. 이란 방공부대가 쓰는 지대공 미사일의 하나인 러시아제 토르(나토명 SA-15 곤틀렛)는 목표물을 직접 때리거나 근처에서 터져 파편으로 무력화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란은 11일이 되어서야 혁명수비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167명이 탑승한 이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시인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 통수권자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BBC 방송에 따르면 이란군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752편이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사고 직후 서방에서 제기했던 격추설을 ‘음모론적인 심리전’이라며 전날까지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다가 이날 사고 사흘 만에 격추를 인정했다.
성명은 “오인 발사의 책임자는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군의 작전 절차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까지 거론한 것이다. 그만큼 스모킹 건, 즉 절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드러났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군 성명은 “사고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 등을 언급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인상을 주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방공사령관이 지난 11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라며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결정도 달게 받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방공사령관이 지난 11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라며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결정도 달게 받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 추락한 영웅으로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방공사령관은 이날 회견에 나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라며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결정도 달게 받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공부대는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를 적의 전투기 공격에 앞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로 판단했다”며 “이를 교차 확인해야 하는데 통신 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해 조급하게 나쁜 결정을 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자데는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미군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이란이 자체 개발한 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면서 영웅이 됐지만 17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처지가 됐다.
이란은 군대가 2개인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 지역 방어를 맡는 정규군과 함께 큰 작전을 맡는 정예 혁명수비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두 개의 군대 모두에 육해공군이 모두 있다. 두 개의 군대를 둔 이유는 군의 반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혁명수비대는 체제 수호 임무를 맡고 예산과 대우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의 고위 지휘관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가 군 당국의 실수였음을 시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가 군 당국의 실수였음을 시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 사과하며 ‘처벌’ 강조

1979년 이슬람혁명의 상징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름을 딴 국제공항에서 막 이륙한 민항기를 수도권 대공 방위를 책임진 혁명수비대 방공부대에서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한 사건을 무려 사흘 만에 인정한 이번 사건으로 이란의 국가 이미지는 나락에 떨어졌다. ‘정예’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혁명수비대도 평판이 추락한 것은 물론 책임을 져야 할 처지가 됐다.
발표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사과했다. 캐나다는 2012년 이란의 시리아에 대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문제 삼아 국교를 단절한 상태인데도 로하니 대통령이 트뤼도에 전화를 걸 정도로 상황이 엄중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문이 해소되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하고 이란에 정의를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 운구와 보상을 요구했다.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서 수백 명의 대학생이 모여 집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와 혁명수비대를 비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서 수백 명의 대학생이 모여 집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와 혁명수비대를 비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대학생, 즉각 반정부 시위 재개

여기까지는 이란의 뒤늦은 고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이란 국내에서 더욱 크게 터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을 밝힌 11일 오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는 수백 명의 대학생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희생자 추모를 이유로 모였지만 이내 교문 앞 도로에서 “부끄러워 하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치며 민항기 격추라는 초유의 사고를 일으킨 혁명수비대와 정부를 비판했다.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은 이란이 반미시위에서 주로 외치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비튼 것이다. 이들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판하는 구호도 외쳤다.
이란에선 지난해 11월 1일 정부가 석유 보조금을 전격 삭감해 석유 값이 L당 1만 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50% 인상되면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비롯한 강경파의 주도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국민 저항에도 석유 보조금을 폐지한 이유는 경제난에 따라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에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에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악화한 경제에 민심 이반 현상

이란은 2015년 핵 합의로 일부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경제에 생기가 돌기 시작해 2017년 3.8%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미국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서 경제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8년 추정치가 -4.9%로 악화했으며 2019년 전망치는 -8.7%로 더욱 떨어졌다. 물가도 40% 정도 올랐다.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특히 의약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처럼 이란은 경제가 심하게 뒷걸음치고 민생에 타격을 주면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석유 보조금을 줄였으나 직격탄을 맞은 서민층인 택시 기사와 배달 업자는 물론 정부의 무능함과 모험주의를 비난해온 대학생 등의 저항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이란이 167명에 탐승한 자국 여객기를 격추한 것에 대해 진상 규명과 사과, 그리고 보상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이란이 167명에 탐승한 자국 여객기를 격추한 것에 대해 진상 규명과 사과, 그리고 보상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솔레이마니 암살로 중단된 시위 재개

이런 저항은 지난 3일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피살되면서 일시적으로 멈췄다.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솔레이마니에 대한 추모와 그를 순교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반미 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8일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이 11일 이란 방공망의 미사일 때문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체제에 대한 국민 저항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이란 SNS에선 12일 오후 테헤란의 어저디(자유)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 집회를 열자는 제안까지 돌아다녔다. 어저디 광장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테헤란 시민이 모여 시위를 벌이던 상징적인 장소다. 지난 6일 이곳에선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숨진 거셈 술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의 영결식이 열렸다. 당시 주최측 추산 100만 명 이상이 모여 “미국에 죽음을” 등 반미 구호를 외쳤다. 이슬람 혁명의 열기와 반미 구호로 넘쳤던 광장이 체제를 비판하는 구호로 가득 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의 상징인 어저디 탑. 이란 대학생들이 12일 이곳에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이란 이슬람혁명의 상징인 어저디 탑. 이란 대학생들이 12일 이곳에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군 통수권자도 없는 대통령이 설거지

문제는 이번 사고의 뒤처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 체제에선 군 통수권자도 국가원수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식 명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인 이란의 국가원수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에 모아잠)로 불리는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다. 1979년 이란혁명 직후 만든 헌법은 ‘지도자(라흐바르)’가 국가원수와 최고 종교지도자는 물론 군 통수권자와 사법부·입법부·행정부의 상징적 수장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종교는 물론 국정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다. 사실상의 정교일치 또는 종교우위 체제다.
국민이 투표로 뽑은 로하니 대통령은 행정부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그런 로하니가 자신이 통수권도 없는 혁명수비대가 저지른 여객기 격추 사건의 책임과 뒤처리를 도맡고 있는 셈이다. 신정 체제의 모순이 온통 드러나는 순간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그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사건의 원인이 이란 군의 실수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책임 있는 모든 사람이 처벌 받도록 하겠다고 유난히 강조했다는 사실에 주목이 갈 수밖에 없다.

이란의 군 통수권과 인사권을 가진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 국민이 아닌 이슬람 시아파 율법학자들이 선출한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군 통수권과 인사권을 가진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 국민이 아닌 이슬람 시아파 율법학자들이 선출한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성직자인 최고지도자가 대통령 임면권까지  

이란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는 최고지도자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최종 임명하는 것은 물론 의회의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해임할 권한도 있다. 사법부와 군부의 인사권도 쥐고 있다. 임기 8년의 대법원장과 국영방송 사장에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육·해·공군 수장까지 임명하고 해임한다. 서구에서 이란을 사실상의 신정(神政)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전문가회의(지도자 선출 전문가회의라고도 함)라는 합의체에서 선출한다. 이 회의는 보통·직접 선거로 뽑힌 임기 8년의 의원 86명으로 이뤄졌다. 전문가회의는 최고지도자 다음 가는 최고 권위의 조직이다. 헌법을 해석하고 대통령과 의원 선거를 감독하는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인증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국회가 가결한 법안이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부합하는지 심사해 합법성을 보증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 의회 위에 종교조직이 옥상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의회도 시아파 사제가 감독

이런 조직이 생긴 이유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상징인 루홀라 호메이니(1902~89)의 이상 때문이다. 아야툴라라는 존칭으로 불린 호메이니는 이슬람 율법학자와 세속 법학자를 망라한 법학자들이 지배하는 제정 일치의 법치를 꿈꿨다. 최고지도자를 ‘이슬람 율법학자들의 보호자’로도 부르는 이유다.
전문가회의는 최고지도자의 활동을 감독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각 주도의 중앙 모스크에서 금요예배를 주도하는 이맘(이슬람 예배지도자이자 종교지도자)을 임명하는 권한도 있다. 하지만, 임기 8년의 전문가회의 의원이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를 견제하기란 쉽지 않다.

이란에는 국민이 뽑은 의원으로 구성하는 의회(마슈레스)가 존재하지만 이슬람 법학자 6명과 일반 법학자 6명 등 모두 12명으로 이뤄진 감독자평의회가 있어 상원 역할을 한다. 이슬람 법학자 6명은 최고지도자가 지명하며 일반 법학자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 중에서 의회에서 최종 선출한다.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3일 미군 공격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란의 지대지 마사일 발사 직후 벌어졌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뉴시스]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3일 미군 공격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란의 지대지 마사일 발사 직후 벌어졌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뉴시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혁명수비대 감독관 출신

이란의 초대 최고지도자인 호메이니가 1989년 세상을 떠나자 오른팔이던 알리 하메네이가 자리를 이어 지금까지 맡고 있다. 하메네이는 어려서 이슬람 종교학교에 다닐 당시 호메이니의 제자였다. 그는 혁명 전인 1960년대 이슬람 활동으로 친미 샤(이란 군주) 정부에 체포되기도 했다. 샤 정부의 박해를 피해 소련으로 피신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 샤가 해외로 망명하자 오랜 망명생활을 끝내고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호메이니는 제자인 하메네이를 수도 테헤란의 금요예배 이맘에 임명했다. 자신의 오른팔로 공인한 셈이다.
하메네이는 국방부 장관과 혁명수비대 감독관을 지내는 등 혁명 정부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1981년 폭탄을 이용한 암살 기도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그는 그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95%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돼 3대 대통령에 올랐다. 유권자들이 하메네이가 호메이니의 복심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메네이는 혁명수비대 감독관과 대통령이라는 세속 권력을 경험하고 최고지도자를 맡고 있다.

이란 국기가 게양된 뒤로 수도 테헤란 시내가 보인다. [채인택 기자]

이란 국기가 게양된 뒤로 수도 테헤란 시내가 보인다. [채인택 기자]

'혁명 확산보다 민생' 개혁 목소리 어디까지

이런 신정체제에서는 군과 공직자는 국민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혁명 유족이나 참가자를 중심으로 능력이 아닌 낙하산으로 공직을 맡은 사람도 적지 않아 ‘불공정’과 ‘특혜’ 시비를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 전근대적인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지난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이란은 그동안 반미와 반서구, 반사우디아라비아를 외치면서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 등을 지원하면서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 국민은 여전히 가난하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로 이란의 201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506달러로 세계 95위다. 미국의 경제 제재 탓도 크지만, 국가의 번영과 국민 복지보다 이슬람 혁명의 유지와 확산에만 관심을 가진 신정 체제 지도층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벽두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이란 체제 개혁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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