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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韓, 주제넘게 껴든다"···또다시 '文 운전자론' 산통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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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로이터=연합뉴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로이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대북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천명한 문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북한은 새해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생일 메시지 다음날 담화 발표 #"남조선 설레발…이미 친서 직접 받아"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새해 벽두부터 남조선 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아마도 남조선 당국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련락(연락)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지난 8일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체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인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그 메시지를 꼭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측에 김 위원장의 생일 덕담을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에 반발한 셈이다.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며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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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엇다. 김 고문은 "세상이 다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에서 1년 반이 넘게 속히우고 시간을 잃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한 남측의 유화 제스쳐가 나올 때마다 북한은 거절·강경 메시지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북한은 "부산에 나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거절을 선언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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