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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얹으면 절세…다주택자, 양도보다 증여가 유리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53)

3주택자인 송 씨는 조만간 가족들에게 주택을 증여할 계획이다. 종부세 부담이 크게 오른 점도 송씨가 증여를 결심한 계기가 됐지만,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 더 결정적인 이유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가벼워지는데 오히려 송씨가 증여를 결심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12·16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 보유에 대한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그동안 매도를 주저하게 했던 거액의 양도세 부담을 낮춰 줌으로써 일종의 퇴로를 열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양도세 부담을 낮추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양도하려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의도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초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16~52%, 3주택자는 26~62%의 높은 양도세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만 양도하면 일반세율인 6~42%의 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단,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럼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은 얼마나 낮아질까? 양도가액 12억원, 양도차익 6억원인 주택을 15년간 보유하다가 양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2주택자의 경우 최고 52%의 세율이 적용되어 3억 3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고, 3주택자라면 최고 62%의 세율이 적용되어 3억 69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지난 부동산 대책에 의하면 다주택자도 1억 8000만원의 장기보유특별공제(30%)를 받고 40%의 일반세율이 적용되므로 양도세가 1억 56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2주택자는 1억 4700만원, 3주택자는 2억 1300만원만큼 양도세가 줄어드는 셈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도 상반기까지만 양도하면 일반세율인 6~42%의 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단,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도 상반기까지만 양도하면 일반세율인 6~42%의 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단,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부담부증여,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도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이를 가족들에게 증여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증여 과정에서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세 부담을 조금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부담부증여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보통 ‘증여’라고 하면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재산뿐 아니라 그 재산에 딸린 채무까지 함께 넘겨줄 수도 있는데 이를 ‘부담부증여’라고 한다. 가령 부동산에 담보된 대출이 있거나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도 일종의 채무라 할 수 있는데, 자녀에게 부동산을 넘겨 주면서 동시에 그 채무 또한 자녀에게 승계하는 경우가 바로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부담부증여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양도세 중과세로 증여세 절감액보다 양도세가 더 크게 나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허용되고, 일반세율까지 적용된다면 그동안 기피하던 부담부증여를 적극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Pixabay]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부담부증여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양도세 중과세로 증여세 절감액보다 양도세가 더 크게 나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허용되고, 일반세율까지 적용된다면 그동안 기피하던 부담부증여를 적극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Pixabay]

채무를 얹어주는 부담부증여는 그렇지 않은 일반증여보다 증여세 부담이 더 줄어든다. 채무도 함께 받은 탓에 자녀가 받은 순증여액(증여재산-부채)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령 자녀에게 부동산 6억원을 증여한다면 자녀는 약 1억 185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보증금 2억원의 채무까지 자녀에게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자녀의 순증여가액은 4억원(6억원-2억원)이 되고, 증여세 부담은 5820만원으로 낮아진다. 2억원의 채무로 인해 증여세 부담이 4365만원 만큼 낮아진 셈이다.

문제는 증여자인 부모가 자녀에게 넘긴 채무에 대해서는 일종의 거래로 보아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하면 채무 2억원에 대한 양도세는 약 2310만원 정도다. 가족 전체로 보면 부담부증여를 통해 증여세가 4365만원 줄고, 양도세로 2310만원을 내야 하니 결국 2057만원 정도의 절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부담부증여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다 보니 증여세 절감액보다 양도세가 더 크게 나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위 사례에서 만일 3주택자가 부담부증여를 하게 되면 양도세 부담이 7285만원으로 많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전체 세 부담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긴다. 그러다 보니 다주택자에게는 부담부증여가 절세효과 면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방안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다주택자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허용되고 일반세율까지 적용된다면 그동안 기피하던 부담부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례와 같이 전세보증금 등 채무를 끼고 증여할 경우 무엇보다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부모가 내야 할 양도세 부담도 완화되다 보니 결국 일반증여보다 가족 전체적으로는 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고가주택들이 많아져 채무를 넘기지 않는 일반증여를 선택하거나 6억원(배우자공제)에 해당하는 아파트 지분의 50%만 증여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세 부담이 낮아져 부담부증여를 활용해 증여의 폭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 Pixabay]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고가주택들이 많아져 채무를 넘기지 않는 일반증여를 선택하거나 6억원(배우자공제)에 해당하는 아파트 지분의 50%만 증여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세 부담이 낮아져 부담부증여를 활용해 증여의 폭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 Pixabay]

부담부증여 활용하면 증여 폭 더 크게 할 수도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6억원까지 공제되므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고가주택들이 많아지다 보니 배우자공제 6억원을 다 활용하더라도 증여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가령 시가 12억원 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1억 1640만원으로 부담이 크다. 만일 보증금 6억원을 활용해 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증여세는 없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 이전에는 양도세가 3주택자 기준 1억 6850만원으로 중과세되면서 오히려 세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채무를 넘기지 않는 일반증여를 선택하거나 6억원(배우자 공제)에 해당하는 아파트 지분의 50%만 증여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낮아지다 보니 부담부증여를 활용해 증여의 폭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커졌다. 위 사례에서 지분 50%만 증여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분 전체를 증여하더라도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양도세 6540만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유예는 올 상반기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급적 상반기 내에 부담부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주택자의 증여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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