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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채용 비리, 낙하산…금융 사령탑 연초부터 ‘흔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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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13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은행이 연초부터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직면했다. 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CEO는 이달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의 징계, 법원의 선고 등을 앞두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새해 벽두부터 소란스럽다.

금융지주·은행 CEO 리스크 #우리 손태승, 하나 함영주·지성규 #문책경고 이상 받으면 취업 제한 #신한지주 조용병, 22일 1심 선고 #IBK 윤종원, 노조 저지로 출근 못해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재무정책국 사무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노조 측은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4월 총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직 취임식도 치르지 못한 윤 행장은 은행 근처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조직 안정, 고객 신뢰 회복 과제

지난해 말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은행장 겸임)도 마음은 편치 않다. 오는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두 사람은 법률 리스크 탓에 연임 확정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용병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8일 1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달 22일 법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손태승 회장은 대규모 원금 손실로 파장을 일으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징계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DLF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함 부회장은 DLF 상품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DLF 관련 전수조사와 손해배상 검토 자료를 숨기고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이달 30일로 예정된 제재심을 거쳐 금감원장 결정,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확정된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금감원으로부터 ‘최대 중징계 가능’ 통보를 받았다. 금감원의 임원 제재 중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는 중징계, 주의적 경고·주의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 중 해임권고는 5년, 직무정지는 4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조용병 회장의 큰 과제는 조직 단합이다. 조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비(非)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12개였던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는 현재 16개로 늘었다. 2018년에는 자산·순이익 모두 KB금융을 앞지르며 업계 1위 타이틀을 되찾았다. 다만 2017년 회장 자리를 놓고 조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경쟁을 벌였고,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파벌다툼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법원의 1심 결과는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조 회장의 회장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정구속 등의 유고 상황에 따른 직무 대행이나 후임자 선임 등의 대응 가능성은 열어뒀다.

우리금융도 조직 안정과 고객 신회 회복 등이 주요 과제다. 지난해 1월 은행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자회사 정리와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필요하다. 손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은행장은 1월 중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지주사 회장은 M&A 등 미래 과제에 전념하고 은행장은 은행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는 식으로 업무를 나눌 계획이다. DLF 사태에 이어 또 다른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피해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어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KB금융, 글로벌 사업 확대 계획  

우리은행처럼 DLF·라임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KEB하나은행도 고객 신뢰 회복이 현안이다.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장을 따로 배치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도 화두다. 하나은행은 지난 몇년간 4대 시중은행 중에서 해외 법인 실적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우리은행에 추월당했다.

사건·사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KB금융지주의 과제는 일류 금융지주사로의 도약이다. 윤종규 회장은 신년사에서 “핵심 계열사들은 업권 일류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대적으로 미진한 해외 시장 진출도 과제다. 윤 회장은 동남아와 선진 시장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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