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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스릴, 달콤한 땀…별난 놀이터, 중국에 200개 상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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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17면

‘스포츠 몬스터’ 수출하는 홍성욱 대표 

스포츠 몬스터 고양점에서 털실공을 치는 라켓 게임을 즐기고 있는 홍성욱 대표. 김경빈 기자

스포츠 몬스터 고양점에서 털실공을 치는 라켓 게임을 즐기고 있는 홍성욱 대표. 김경빈 기자

어린이날이나 여름방학 때, 놀이공원에서 인기 좀 있다는 기구 앞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선다. 아이에게 2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땡볕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는 아빠는 이렇게 푸념한다. “나도 놀고 싶어. 우리에게 놀이터를 돌려줘 ㅠㅠ.”

구기 종목, 양궁, 인공 암벽등반 … #어른·아이 함께 뒹구는 핫플레이스 #스타필드 하남점 등 이미 입소문 #중 쇼핑몰 ‘이지홈’ 베이징에 1호점 #“재미 넘쳐 영혼이 털렸다” 호평도 #“스포츠로 돈 벌 수 있다는 자신감”

어른과 청소년이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신개념 놀이터 스포츠 몬스터(Sports Monster)가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에 자리잡은 스포츠 몬스터는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2만5000원(성인 2시간 기준) 짜리 티켓을 끊고 들어온 고객은 농구·축구(풋살)·야구(타격·투구)·양궁·다트 등을 오프라인으로 즐기고, 스크린 사격(클레이·소총)·볼링·미식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지름 1m짜리 커다란 공으로 배구를 하고, 털실처럼 부드러운 재질의 공으로 배드민턴을 즐긴다. 지상 6.5m 높이에서 장애물들을 건너가는 ‘로프 코스’와 64m 짚코스터, 인공 암벽등반 등은 연인들의 필수 코스다. 지상 7m 높이에서 줄을 메고 수직 낙하하는 모습은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준다.

스마트폰·게임보다 재미있게 만들려면 …

최고 8m 높이에서 내려오는 드롭 슬라이드. [사진 스포츠 몬스터]

최고 8m 높이에서 내려오는 드롭 슬라이드. [사진 스포츠 몬스터]

스포츠 몬스터에 키 1m20cm 이하 아동은 입장할 수 없다.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 일도 없다. 고객은 원없이 놀고 화끈하게 땀을 뺀 뒤 웃으면서 나간다. 가족·친구·연인끼리, 혹은 직장·학교·교회 등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은 신나고 짜릿한 장면들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올린다.

2017년 9월 1호점(하남점)을 오픈한 스포츠 몬스터는 올해 경기도 안성에 3호점을 낸다. 그리고 3년 만에 해외 수출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23일 중국 1호점(베이징)을 오픈했고, 2호점(광저우), 3호점(장춘)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과도 계약을 맺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북미 최대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다음달 미국에서 연다.

스포츠 몬스터를 기획하고 키워낸 사람은 홍성욱 위피크(주) 대표다. 그는 2008년 스포츠 교육업에 발을 들였고 교구 유통, 프로그램 개발 등도 해 왔다. 3년 준비 끝에 대박을 터뜨린 홍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건전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니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는 ‘신개념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수출하는 스포츠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꿈을 10년 만에 이뤘다”고 말했다.

스포츠 몬스터는 중국 전역에 4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쇼핑몰 업체 이지홈(Easy home)에 둥지를 틀었다. 가구·가정용품 전문 매장에서 종합형 쇼핑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던 이지홈의 왕린펭 회장(포브스 선정 세계 부호 775위)은 스포츠 몬스터를 처음 보고 무릎을 쳤고, 3년간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11월 1호점을 열게 됐다.

스포츠 몬스터 오픈식 공식 행사 후 참석자들이 각종 종목들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신난 사람은 바로 왕 회장의 열두살 난 아들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기구에 매달려 있는 아들을 보면서 왕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왕 회장은 “중국에서도 아이들의 스마트폰·게임 중독이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에서 해방 시키려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걸 줘야 한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만난 게 스포츠 몬스터였다”고 말했다.

스포츠 몬스터 베이징점에서 인공 암벽타기를 하는 중국 손님들. [사진 스포츠 몬스터]

스포츠 몬스터 베이징점에서 인공 암벽타기를 하는 중국 손님들. [사진 스포츠 몬스터]

홍 대표가 말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도 중·고교 가면 놀 데가 없다. 내 딸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는 “선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좋지 않나. ‘여기서 참 즐거웠다. 좋았다’는 말을 듣고 돈도 버는 비즈니스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왕 회장과 서로 통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몬스터는 이지홈의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종합 쇼핑몰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야 한다. 특히 단체 손님이 와야 하는데, 스포츠 몬스터 덕분에 단체 손님이 몰리고 있고 식음료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지홈은 10년 안에 중국 내 200개 매장에 스포츠 몬스터를 입점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 대표와 얘기를 나눴다.

중국 스포츠 몬스터의 특징이 있나.
“외국인학교나 회사 등에서 단체로 많이 온다. 왔다 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중국엔 이런 거 없다. 힘들지만 재미있다. 영혼이 털렸다’는 반응을 보인다. 중국에도 실내에 성인들의 놀거리가 이렇게 촘촘하게 갖춰진 곳이 없다. 양궁·사격·다트 등 과녁을 맞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반응이 워낙 좋아 2호점(광저우) 개장도 올해 8월에서 4월로 당기기로 했다.”
왕 회장과는 어떻게 연결됐나.
“왕 회장이 종합유통을 하기 위해 스포츠 몬스터 하남점 오픈할 때 직접 답사를 왔다고 한다. ‘저기와 무조건 연결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 내가 하남점 오픈 후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무도 안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나와 연결된 분이 ‘안 해도 좋으니까 회장님을 한 번만 만나 달라’고 했다. 중국에 아무 자료도 안 가지고 갔다. 황당해 하는 왕 회장 측을 향해 ‘아니 이걸 만든 사람이 왔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 와서 다 봤다고 하지 않았냐’고 되레 반문했다. 왕 회장이 몇 초간 말이 없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당신 맘에 든다. 같이 가자’고 했다. 그때부터 형님-동생처럼 지내고 있다.”

폐교 리모델링, 전지훈련 숙소 짓기로

스포츠 몬스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객들. [사진 스포츠 몬스터]

스포츠 몬스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객들. [사진 스포츠 몬스터]

스포츠 몬스터 안에는 사람을 태워서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기구는 없다. 100% 신체를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쓰라는 뜻이다. 스크린과 IT 기반의 콘텐트도 인기가 있지만 오프라인 비율 70%를 유지한다. 홍 대표는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더 좋아한다. 진짜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빨리 질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할 텐데.
“안전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점검하고 교육한다. 모터사이클 게임에서 VR(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고글을 쓰지 않고 스크린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확인하도록 바꿨다. 몸은 리얼인데 감각은 가상에 있기 때문에 VR은 위험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 핸들을 잡은 손을 놓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스크린 사격에서는 접시나 과녁을 맞히지 절대 사람을 상대로 총을 쏘지 않는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했다.”
홍성욱 대표(左), 왕린펭 회장(右)

홍성욱 대표(左), 왕린펭 회장(右)

기업 가치의 사회환원에 관심이 많은데.
“스포츠 자체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걸 희생시키는 구조가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 행위이자 욕구인 ‘움직임’을 다루기 때문에 미래의 메인 콘텐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스포츠로는 돈 벌기 어렵다’고 한다. 스포츠로도 돈 벌 수 있고, 체육 전공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회사 직원 175명은 전부 정규직이다. 내년에는 24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
경북 예천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전지훈련 숙소를 짓는 프로젝트에 100억원을 투자하는데.
“지역 대회나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학생 선수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숙소다. 모텔은 유해 환경에 노출돼 있고 연수원은 불편하다. 선수들이 편하게 자고 맛있는 거 먹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여기 와서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곳을 만들고 싶다. 호텔도 지역 공영으로 운영하고, 식당도 할머니 손맛집과 연계하는 등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공유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이것도 수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홍 대표는 “우리 스포츠계는 아직도 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금메달 임춘애의 ‘눈물젖은 라면’ 신화에 갇혀 있다. 왜 우리 스포츠는 저 밑바닥에서 힘겹게 올라가는 스토리가 돼야 하나. 좀더 폼 나고 근사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스포츠를 좁은 틀에 가두지 말고 영역을 확장하면 시장은 전 세계에 펼쳐져 있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아옹다옹하지 말고 좀 더 큰 가치와 아이디어를 품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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