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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연구서도 안전 입증 못한 개 구충제, 환자 시험 안 될 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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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10면

펜벤다졸

펜벤다졸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사진)의 항암효과와 관련해 국립암센터가 임상시험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배경은 뭘까. 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은 “센터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검토한 결과 윤리적·과학적으로 임상시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참여한 전문가 전원이 이견 없이 100% 동의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암센터 ‘임상시험 불가능’ 결론 배경 #“동물에서 기생충 치료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했을 때만 안전 입증” #의사·환자 등과 공개토론 제안 #유튜브 등 항암효과 영상 많지만 #‘간암 되레 확대’ 동물실험 결과도

펜벤다졸은 40년 이상 개 등 동물에게만 써온 구충제다. 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이 약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급속히 퍼졌다.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서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는 주장이었다.

김 센터장은 “세포 수준에서 펜벤다졸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모든 물질이 항암제가 아니다”라며 “세포 수준에서 처치하는 약의 농도, 시간, 주기 등은 동물과 사람에서는 투여된 약의 흡수, 대사, 배설, 체내 분포 등에 의해 다양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암제로 개발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펜벤다졸은 미세소관(tubulin·세포 골격을 형성하는 기관) 억제로 세포 주기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1980~90년대에 개발돼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탁센이나비노렐빈 등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들이 이와 유사하게 작용한다.

앞서 진행된 동물실험의 결과도 제한적이고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대한암학회는 “펜벤다졸에 대한 연구 중 간 종양을 오히려 키운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1996년과 2009년에 각각 나온 바 있다”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해도 믿지 않으니 공개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보건복지부, 식약처, 의사단체, 환자단체 등 관련자가 모두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가 진료 기록을 객관적으로 공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펜벤다졸 항암효과에 대한 국립암센터의 공식입장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한 것

국립암센터 등이 암 환자들의펜벤다졸 복용을 만류하는 이유는
“사람에게 펜벤다졸의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특히 항암 치료 목적으로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펜벤다졸의 안전성은 동물에서 기생충 감염 치료를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했을 때에 한해서 입증됐다. 동물에서조차도 펜벤다졸을 고용량 또는 장기간 투약했을 때에는 부작용 사례가 보고돼 있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벤다졸의 독성 연구는 없으며, 특히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고용량, 장기간 투약 시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펜벤다졸 유사체인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이 사람에서 허가받은 약이라고 해도, 역시 항암 치료 목적으로 장기 투여 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정부가 임상시험 해달라는 환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건 제약사나 대형병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가.
“신약 후보 물질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되려면 세포 및 동물실험 수준에서 충분한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 아직 전임상 연구(세포 및 동물 연구)에서도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펜벤다졸을 임상시험을 위해 암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비윤리적인 일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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