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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틱톡' 중동산 '투톡'···美서 '스파이 앱' 의심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튜브의 아성에 도전하는 틱톡(TikTok). 15초짜리 짧은 비디오를 공유하는 SNS 틱톡은 전 세계 150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글로벌 앱이다. 10억 명이 현재 틱톡을 쓴다. 비슷한 이름의 투톡(ToTok)은 인터넷 영상 통화(VoIP)앱으로 페이스북의 '왓츠앱'이나 마이크로소프의 '스카이프'와 유사한 서비스다. 최근 중동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틱톡 애플리케이션 [중앙포토]

틱톡 애플리케이션 [중앙포토]

중국 '틱톡', 미국 정치권 우려 깊어져

서비스 내용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두 앱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의 의심'이다. 틱톡은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가 만들었다. 15초에서 1분 내외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는 플랫폼으로 전세계 10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미국 내 활성 이용자만 2400만 명이다. 미군은 젊은층 모병을 위해 틱톡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틱톡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법령 요구에 따라 국가 당국 또는 정부와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틱톡 홈페이지 캡처]

틱톡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법령 요구에 따라 국가 당국 또는 정부와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틱톡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중국산' 틱톡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최근 들어 심해졌다. 틱톡이 미국 기업이나 미 정부에 관한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하는 통로라는 의심을 사면서다. 중국은 법령을 통해 자국 기업이 가진 이용자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민주화 시위 국면이 길어지자 미국 내에선 틱톡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혹도 일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클론 키친 연구원은 지난달 2일 서울에서 열린 '신 안보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중국 정부의)틱톡 데이터 접근 문제는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엔 미국 정치권의 요구로 미군(軍)에서 틱톡 사용금지령이 떨어졌다.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 금지는 물론 개인 휴대전화에서도 삭제를 권유했다. 이에 대해 바이트댄스는 이제까지 “미국 사용자 데이터는 미국에 저장하고 싱가포르에서 백업하기 때문에 중국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은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쓰는 틱톡에 대한 우려를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틱톡이 자칫 '제2의 화웨이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산 투톡, 이란 사태 속 동맹국 스파이앱 어쩌나

투톡의 로고 [투톡 홈페이지 캡처]

투톡의 로고 [투톡 홈페이지 캡처]

이번엔 투톡(ToTok). 투톡은 중동산(産)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기업 '브리제이홀딩'이 만든 투톡은 이용료 없이 영상통화가 가능한 앱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UAE 정부가 외산인 스카이프나 왓츠앱의 기능을 제약하면서 투톡이 반사이익을 봤다. UAE를 기반으로 중동 시장에 안착한 투톡은 지난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스웨덴 등에서 가장 많이 쓴 앱 중 하나로 꼽혔다. 약 800만명 이상이 투톡을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투톡은 최근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서 퇴출 당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투톡에 대해 '스파이 앱'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여파였다. NYT는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투톡이 앱 사용자의 대화, 친구목록, 약속 일정, 음성 등을 모두 추적했고, UAE 정부 또한 그 내용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UAE 정부는 즉각 "불법적인 침해나 데이터 수집을 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UAE를 기반한 '브리제이홀딩'의 영상통화서비스 투톡 [투톡 홈페이지 캡처]

UAE를 기반한 '브리제이홀딩'의 영상통화서비스 투톡 [투톡 홈페이지 캡처]

이란과 준전시 상황인 미국 정부로서는 UAE의 앱이 스파이 의심을 받는 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의 대(代) 이란 전선에서 중요 축인 UAE가 흔들리면 중동 전략도 다시 짜야하는 부담이 클 수 있다. 사실 UAE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중동에서 UAE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UAE 내 인권침해를 눈감아 줬다는 비난도 감수해 왔다. 게다가 투톡 제작사인 '브리제이홀딩'은 UAE의 해킹 회사 '다크매터'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NYT에 따르면, 다크매터에는 UAE 정부 관계자와 미국·이스라엘의 전 정보 요원들이 다수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 UAE에 공식적인 항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양대 앱마켓에서 쫓겨난 직후 투톡 측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 등을 업데이트한 후 지난 5일 구글스토어에 다시 등록됐다. 애플은 아직 투톡의 재승인을 심사 중이다.

일각에선 투톡에 제기된 스파이 의혹의 뿌리는 결국 미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이 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0일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對)테러 담당 특별보좌관이 UAE의 사이버 감시능력의 기초를 세워줬다"며 "까마귀 프로젝트(Project Raven)를 통해 미국의 전 첩보 요원들이 UAE 정부의 언론·인권 운동가 감시 및 테러리스트 모니터링을 돕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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