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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새 주장 양의지 “후배들아 내게 의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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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두산에서도 주장 자리 맡을 뻔했어요. 김태형 감독님한테 잘렸어요. NC에선 책임감 갖고 잘하겠습니다.”

두산 시절 부담될까 감독이 반대 #의지교로 불릴 만큼 리더십 탁월 #두 차례 우승경험 후배들에 전수

NC 다이노스 양의지. [연합뉴스]

NC 다이노스 양의지. [연합뉴스]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33)가 2020시즌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주장을 맡았다. 8일 창원 NC 파크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11월 말 고참 선수들과 식사하다가 내가 하는 거로 의견이 모였고, 이동욱 감독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다. 두산 시절에도 주장으로 추천받았지만 (김태형) 감독님이 반대했다. 이번에는 잘해보겠다”며 웃었다.

김 감독의 반대는 리더십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투수 리드에다 타격까지 책임지는 그가 주장까지 맡으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염려해서였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도 선수 시절 주장을 맡아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하지만 선수단 대소사를 신경 쓰다 보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그걸 잘 아는 처지에 주장을 맡길 수는 없었다.

양의지는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 시즌은 자유계약선수(FA)로 NC에 온 첫 시즌이라 팀 분위기를 파악하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포수로서 타격왕(0.354)에 올랐고, 장타율(0.574), 출루율(0.438)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각종 상을 휩쓸었다. 두 번째 시즌인 만큼 여유가 생겼다. 주장을 맡을 여력도 생긴 눈치다. 그는 “먼저 손들고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지만, 주장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 우려 대로 힘든 자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포수는 팀 전체를 이끄는 포지션이다. 주장도 같은 일을 하는 자리다.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125억원(FA 4년 총액)을 받고 온 것에 대한 부담보다 덜하다”며 웃었다.

양의지 나름은 주장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다.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소통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가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김종문 NC 단장은 “양의지가 이전 소속팀 두산의 문화를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지난해 우리 팀에 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는 여러모로 느낀 바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북돋아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본인이 주장을 맡아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부터 양의지한테는 주장의 ‘싹수’가 보였다. 젊은 투수가 흔들릴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가 힘을 주는 말을 건넸다. 젊은 투수 사이에서 그는 교주처럼 통했고 ‘의지교(敎)’라는 말까지 유행했다. 2017~18시즌 주장 박석민(35)도 “(양)의지가 굉장히 잘할 것 같다. 나는 싫은 소리를 못했다. 그런데 의지는 당근과 채찍을 그때그때 잘 주는 성격이라 아주 훌륭한 리더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양의지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은 많지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20대 젊은 선수들에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성격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기분 나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후배들은 주장 양의지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내야수 김태진(25)은 “양의지 선배가 어렵지만 다가가고 싶었다. 많이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팀에서는 박민우(27)가 양의지를 많이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주장 나성범(31)의 무릎 부상으로 대신 주장을 맡았던 그는 후배들과 말이 잘 통한다. 양의지도 “(박)민우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 경험했다. 주장이 된 만큼 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우승으로 가는 길을 함께 만들어 갈 생각이다. 그는 “꼴등(2018년)에서 5등(2019년)까지 올라갔으니 이제 대권 도전”이라며 능글맞게 웃었다. 그 웃음이 무척이나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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