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별들의 전쟁’ 허웅 vs 허훈…아버지 허재는 누구 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

“야! 너 왜 형 안 뽑았어?”(허웅)

프로농구 올스타전 양쪽 팀 확정 #팬 투표 1위 동생이 자기편 골라 #상대편이 뽑는 바람에 형제 갈려 #평소 우애, 승부 앞에선 양보 없다

“난 뽑으려 했는데, 아빠가 먼저 뽑았어. 크크.”(허훈)

프로농구 올스타전 드래프트 결과를 두고 허웅(27·원주 DB)과 허훈(25·부산 KT) 형제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올스타전(19일 인천삼산체육관) 팀 구성 결과가 9일 발표됐다. 올스타 팬 투표 1위 허훈과 2위 김시래(LG)는 2일 올스타전 출전 선수 24명을 놓고 드래프트 방식으로 번갈아 지명했다.

‘팀 허훈’ 주장 허훈은 베스트 5로 김종규(DB)·이정현·송교창·라건아(이상 KCC)를 뽑았다. 형 허웅 이름은 ‘팀 허훈’에 없었다. ‘팀 김시래’ 주장 김시래는 최준용·김선형(이상 SK)·캐디 라렌(LG), 그리고 허웅을 뽑았다. 허웅이 ‘팀 김시래’로 간 사연은 이렇다. 드래프트 때 허재(55)가 ‘팀 김시래’의 특별멘토를 맡았다. 허재는 장난삼아 허웅을 추천했는데, 김시래가 그대로 뽑아버렸다. 허재의 두 아들은 올스타전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원정경기를 준비하던 허웅을 만났다. 이에 앞서 허훈에게 전화로 “왜 형을 뽑지 않았나” 물었다. 허훈은 “형은 베스트 5급이 아니라 식스맨 정도라서 다섯 번째에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뽑아버렸다”며 웃었다. 이야기를 전하자 허웅은 “내가 시즌 중 다치지만 않았으면 훈이는 팬 투표 1위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웅은 2016, 17년 두 시즌 연속으로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올랐다. 허웅은 ‘원주 아이돌’로 불릴 만큼 외모도 준수하고 농구도 잘한다. 허훈은 “정규리그에 형과 두 번 맞대결했는데, 모두 완패했다. 사실 지금도 3점 슛 콘테스트를 연습하고 있다. 난 형만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13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DB 허웅이 KT 허훈의 슛을 가로막고 있다. 형제는 이날 첫 맞대결을 펼쳤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13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DB 허웅이 KT 허훈의 슛을 가로막고 있다. 형제는 이날 첫 맞대결을 펼쳤다. [연합뉴스]

형제는 지난해 2월 13일 처음 맞대결했다. 허훈은 2017년 KT에 입단했는데, 2014년부터 DB에서 뛴 허웅이 군 복무(상무)를 하면서 맞대결이 늦어졌다. 이 경기에서 허웅이 24점을 넣으며 동생(5점)에게 한 수를 가르쳤다. 보름 뒤 리턴매치에서도 형이 더 잘했다. 허웅은 “제가 (훈이를) 털었는데(압도했는데), 이번에 또 털어야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형한테 ‘털리던’ 예전의 그 동생이 아니다. 허훈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16.1점), 어시스트 전체 1위(7.3개)다. 리그 최고스타다. 지난해 11월 20일 형의 소속팀 DB를 상대로 3점 슛을 9개를 연속 성공했다. 허웅은 “내가 그 경기에 부상으로 빠지지만 않았다면 기록 (수립)은 막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셀카를 찍는 허훈, 허웅(왼쪽부터). [중앙포토]

셀카를 찍는 허훈, 허웅(왼쪽부터). [중앙포토]

티격태격해도 형제는 우애가 깊다. 어릴 적엔 목욕하고 뒤늦게 나오는 동생이 감기 걸릴까 봐 형은 수건을 든 채 덜덜 떨며 기다렸다. 동생의 꿈은 원래 의사였다. 운동하는 형이 다치면 고쳐주고 싶어서였다. 허웅은 “서로 휴가 날을 맞춰 PC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 그것도 서로 더 잘한다며 싸운다. 조만간 생애 첫차를 사는데, 동생이 거금을 보태줬다. 며칠 전에는 훈이가 원주에 왔길래 함께 사우나를 한 뒤 집에 가서 소고기 구워 먹었다”고 했다.

두 살 터울인 제는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를 나란히 다녔다. 거의 같은 팀에서 함께 뛰었다. 허웅은 “훈이는 늘 랭킹 1위로 입학했다. 난 고학년으로 팀을 이끌었다. 호흡이 괜찮았고 쉽게 지지 않았다. 같은 팀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올스타전에서 형제가 만나 일대일 대결을 펼치면 팬으로선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좀 뒤늦은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허웅은 노력파다. 지난해 9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발목을 다쳐 한달간 결장했고, 11월 9일 복귀했지만 일주일만에 또 허리를 다쳤다. 재활 끝에 돌아온 허웅은 지난달 29일 SK전에서 개인 최다인 35점을 몰아쳤다. 그는 “비시즌인 지난해 6~9월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았는데 계속 다쳤다. 인대가 손상돼 스치기만 해도 발목이 아팠다. 속상해서 등 번호도 6번에서 3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과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과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

요즘 아버지 허재와 허웅, 허훈 형제, 즉 허씨 삼부자는 ‘전성시대’다. 허재는 고정으로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만 3개다. 피자와 생수 광고도 찍었다. 허웅은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가끔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픈 데 없냐. 자신 있게 하라’고만 하신다. TV로 보면 아빠 얼굴이 많이 늙었더라. 몸 생각해 술은 그만 드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재는 아들들의 맞대결에 대해 “이기는 팀 아들이 내 아들”이라고 말했다. 말은 그래도 막상 올스타전에선 두 아들을 번갈아 응원할 것으로 보인다. 허웅에게 마지막으로 동생한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훈아! 네가 날 안 뽑았다고? 넌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너 볼 잡으면 철저하게 막고 일대일 계속할 거니깐. 두고 보라고. 컴온.” 마치 동생이 앞에 있는 듯 손짓을 했다.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