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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늘고 '부적응 학생' 증가에 초등학교도 신입생 OT

중앙일보

입력

이오표 봉은초 교감이 지난 8일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기본 생활습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이오표 봉은초 교감이 지난 8일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기본 생활습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습에 신경 쓰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학교에 적응하도록 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옷을 입거나 운동화 끈을 묶는 사소한 일부터 혼자 힘으로 하는 습관을 기르면 학교생활도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초 강당에선 이오표 교감의 설명이 한창이었다.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전 미리 익혀두면 좋은 생활습관이나 규칙 등을 소개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교육에선 이외에도 유치원‧초등학교의 차이, 학교 교육과정 특징, 등하굣길 안전 수칙을 설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당에 모인 50여명의 학부모는 긴장된 표정으로 이 교감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학부모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예비 초등학생들은 1학년 교실에서 애국가와 교가를 배우고, 교사의 호명에 대답하는 연습을 했다.

봉은초는 이날 예비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예비소집 때 학교를 방문하는 예비 초등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생활을 안내하는 게 목적이다.

보통 예비소집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 주민센터에서 배부받은 취학통지서 등을 제출하면 끝나지만, 이 학교는 한 시간 정도 학생‧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박은하 봉은초 교사가 지난 8일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색칠공부 지도를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박은하 봉은초 교사가 지난 8일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색칠공부 지도를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이런 행사를 마련한 주된 이유는 예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외벌이’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이 자녀의 학교 준비물 마련이나 방과 후 돌봄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는 아이 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그만큼 자녀가 새로운 교육환경에 놓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고 했다. 2018년 10월 기준 맞벌이 부부는 567만5000가구로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46.3%를 차지한다.

‘워킹맘’이 직장생활의 가장 큰 고비로 꼽는 때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무렵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워킹맘보고서’에 따르면 고교생 이하 자녀를 두고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2000명의 절반 이상(50.5%)이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퇴사를 고민했다. 임신했을 때(25.2%)나 출산을 앞뒀을 때(42%)보다 높다.

학교에 적응 못하는 초등학생이 증가하는 것도 초등학교 신입생 OT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등학생은 2016년 2903명, 2017년 3344명, 2018년 3548명으로 매년 늘었다.

한상윤 봉은초 교장은 “입학 전 아이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공포심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등교거부나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와 교실을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돕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이날 자녀와 학교를 방문한 이모(44‧서울 강남구)씨는 “아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해 입학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교실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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