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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때린 이란 혁명수비대…적국엔 '한국' 동맹국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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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로고 [위키피디아]

이란 혁명수비대 로고 [위키피디아]

이번 미국ㆍ이란 사태의 방아쇠를 당긴 건 이란 혁명수비대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과 8일 이란의 미사일 반격의 교집합은 이란 혁명수비대다. 이 조직은 단순한 군인 집단 이상이다. 재벌에 버금가는 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란에서 신(神)으로 추앙받는 최고지도자에 의해 창설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거 명령을 내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Qods)군을 이끄는 핵심 실세였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솔레이마니는 2인자와 같은 존재였다”고 표현했다. 신정(神政) 국가인 이란의 명실상부 1인자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다.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가 2인자일 것 같지만, 실제론 혁명수비대의 책임자가 2인자라는 얘기다.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날인 8일 오전 이란 국민 일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날인 8일 오전 이란 국민 일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공격한 뒤 성명을 내고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우방들은 이란을 향한 공격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 관련 위키피디아엔 적군 리스트가 명시돼있는데, 이 중엔 ‘South Korea(한국)’이 태극기와 함께 적시돼있다. 반면 동맹국엔 북한과 인공기가 올라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 요청을 받아온 한국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를 설명하는 위키피디아 '적국' 명단엔 태극기와 함께 한국이, '동맹국' 명단엔 인공기와 함꼐 '북한'이 명기돼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이란 혁명수비대를 설명하는 위키피디아 '적국' 명단엔 태극기와 함께 한국이, '동맹국' 명단엔 인공기와 함꼐 '북한'이 명기돼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탄생부터 반미(反美), 대통령도 깔본다

이란은 1979년까지는 친미 성향을 보였다. 팔레비 왕조가 미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이란 혁명’을 일으킨다. 그런 그가 “이슬람 공화국의 체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군사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혁명수비대다. 이란 헌법에도 혁명수비대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명기했다.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막강한 존재인 셈이다.

혁명수비대의 전성기는 반미의 선봉에 섰던 대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5~2013년이다. 국내 질서유지권과 외교안보 정책 주도권까지 혁명수비대로 넘어갔다.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혁명수비대가 대통령 수호를 명목으로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

당시 유혈 사태와 관련해 아마디네자드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싸움은 당시 혁명수비대의 총사령관이어었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의 승리. 자파리는 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가격했고, 그러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4월까지 총사령관을 지냈다.

군사 조직인가 재벌인가  

이란 반미 정권을 세운 호메이니. 혁명수비대도 그의 작품이다. [중앙포토]

이란 반미 정권을 세운 호메이니. 혁명수비대도 그의 작품이다. [중앙포토]

혁명수비대가 군사 활동만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혁명수비대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의 기업 상당수를 관할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혁명수비대가 관여하는 기업의 경제활동 규모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돈의 규모 및 용처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국이 지난해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것도 이들이 단순한 군사 조직 이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미군의 제거 작전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는 혁명수비대 중에서도 핵심 조직인 쿠드스(Qods) 군을 이끌던 인물이다. 아랍어로 ‘쿠드스’는 예루살렘을 의미한다.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의 이름을 딴 만큼 엘리트 군인만이 쿠드스의 견장을 찰 수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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