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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주고 비싼 예방주사 맞았는데, 왜 독감 걸리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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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뉴스1]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뉴스1]

주부 문모(42ㆍ서울 서초구)씨는 최근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 문씨 뿐 아니라 10살과 8살인 두 딸도 나란히 감기에 걸려 앓아 누웠다. 문씨는 지난달 초 남편, 아이들과 함께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그런데 가족 중 남편을 제외한 세 사람이 독감에 걸린 것이다.

백신과 바이러스 유형 일치 여부 따라 #예방주사 맞았더라도 독감 걸릴 수도 #증상 완화, 합병증 예방 효과있는 만큼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경우 꼭 접종해야

문씨는 “온 몸이 아프고 열이 심하게 나서 꼼짝도 못할 정도였다. 일부러 돈을 더 주고 4가 백신(4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을 맞았는데도 왜 독감에 걸리는건지 모르겠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질병관리본부가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독감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2~28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의심환자(38℃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사람)가 49.8명으로 전 주(37.8명) 대비 확 늘어나면서 올 겨울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7~12세는 1000명당 의심환자 128.8명, 13~18세는 91.1명을 기록할만큼 독감 환자가 급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 A형 독감, 그 중에서도 특히 H1N1이 많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고, 백신 접종자에서도 환자 발생이 많은 편”이라라고 설명했다. 문씨 가족처럼 일찌감치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도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그 해 겨울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하고 독감 백신은 그에 따라 만든다. 3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독감 바이러스(빅토리아) 감염을 예방한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독감 바이러스(야마가타) 예방 효과를 더한 것이다. 백신의 효과는 연령과 만성질환 유무, 면역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6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걸려있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28일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9.8명으로 2019~2020년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최고치를 기록, 한 달 전인 12월 1~7일 19.5명보다 2.5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6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걸려있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28일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9.8명으로 2019~2020년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최고치를 기록, 한 달 전인 12월 1~7일 19.5명보다 2.5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총괄과장은 “백신을 맞았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백신 바이러스 유형과 유행 바이러스가 일치할 때 약 70~90%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바이러스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고, 개인별 면역에도 차이가 있어 독감에 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분석에 따르면 올 겨울 독감 환자 대부분은 A형 독감에 걸렸다. A형 중에서도 H1N1바이러스 감염자가 69.9%로 가장 많고, H3N2이 26.5%를 차지한다. B형 감염자는 3.6%다.

이 과장은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3가 백신에 들어있기 때문에 3가 백신이냐, 4가 백신이냐 차이는 별로 없다”며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예방접종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예방접종을 맞으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경미해지고 독감으로 인한 폐렴 등 합병증,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 만큼 꼭 맞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을 맞았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진단 받고,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접종 이후 2주 이후 면역력이 형성된다. 독감 유행이 해마다 3~4월까지 지속되는 만큼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맞아두면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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