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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학부모, 공단 노동자 반정부 성향"…기무사 문건

중앙일보

입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1]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1]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과 민감정보를 사찰하고 관련 내용을 청와대와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보고했다는 조사 내용이 공개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사참위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014년 4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35회의 대면보고를 포함해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보고 받고 언론 대응에 활용하는 등 기무사 민간인 사찰에 공모하고 가담했다”며 "관련자 전원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자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안보실장, 김관진 국방장관 및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등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5명과 기무사 지휘부와 부대원 66명 등 총 71명이다. 사참위는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의 명시적 지시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발견 못했으나 개연성이 상당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사찰 때문에 핸드폰도 끄고 회의”

박병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사찰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뉴스1]

박병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사찰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뉴스1]

사참위는 기무사 부대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신분을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가족을 사찰했다고 봤다. 이들이 상부에 올린 보고는 총 627건으로 핸드폰. 통장 사본, 인터넷 물품 구매 내역, TV시청 내용, 네이버 활동 내역 등이다.

유가족과 가족대책위원회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사찰이 의심되는 사례를 접하고 보안을 염두에 둔 가짜 회의를 진행하거나 회의시간에 핸드폰을 꺼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낯선 사람에게 협박도 받았다”며 “보호 받아야 할 가족이 국가의 감시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비서실장께서 보고에 아주 만족” 기무사 문건에 기록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뉴스1]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뉴스1]

사참위가 공개한 기무사 보고 문건에 따르면 2014년 5월 10일 청와대 보고 후 “김기춘 비서실장이 아주 만족해하신 듯하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이날 기무사의 보고 내용은 ▶VIP(대통령)가 담화문 말미에 희생자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하는 방안 ▶VIP가 국가안전처 설치방안 발표 ▶VIP가 추모비 건립 약속 ▶VIP가 유가족 심리와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청해진 소유주 추징 재산 보상금 활용 등 구상권 행사 계획을 설명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특히 김 실장은 기무사의 보고를 받고 "세월호 사고 관련 가족과 연계한 불순 세력 활동 차단을 지시하고 유가족 보상방안을 확인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안산 합동분향소를 조사하던 310 기무부대원이 지휘부에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로 반정부 성향이나, 보상금이 충분할 경우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보고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도 2014년 5월 23일 기무사 보고를 56분에 걸쳐 받고 “기무사 보고서가 아주 잘 됐다”며 크게 칭찬한 뒤 격려금을 하사한 것으로 기록됐다. 앞서 검찰과 군 특별수사단은 2018년 11월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개별 성향 등 첩보를 수집해 보고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기무사 지휘부 등 6명을 기소했다.

특조위는 “이미 기소된 기무사 지휘부 6명에 대해서는 기존에 적용받은 혐의는 제외하고 수사를 의뢰했다”며 “이번에 입수한 수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찰은 물론 다른 사안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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