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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복] 전문가 “중동 확전 우려, 경기 반등 전망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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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 [IRNA통신 제공,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 [IRNA통신 제공, 연합뉴스]

이란이 8일(현지시간) 미군 주둔 이라크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을 감행하면서 중동발(發) 긴장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문제는 갈등이 미국ㆍ이란 간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다. 국내 중동 전문가들은 “중동 역내 확전ㆍ장기전을 우려한다”며 “정부의 올해 경기 반등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수치로 보는 한ㆍ이란 교역은 ‘준(準) 정지’ 상태에 가깝다. 2018년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뒤 국제사회가 대(對)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거래도 급속히 위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80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이란수입 규모는 지난해 21억 달러로 급감했다. 대 이란 수출도 같은 기간 40억 달러에서 3억 달러로 감소했다.

줄어든 대 이란 수출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줄어든 대 이란 수출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제3국을 통한 거래 등 수면 아래 교역은 진행 중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는 “대기업은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2000개 이상 기업이 중국ㆍ아르메니아 등 제3국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고 있다”며 “미국의 감시로 거래가 끊긴 듯이 보이지만 인구로 보나 자원(석유ㆍ천연가스)으로보나 중동 최대 시장인 이란과 거래 수요가 많다”고 분석했다.

당면한 문제도 있다. 대 이란 수출 원화계좌 동결과 관련한 이란 정부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 내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계좌에 동결된 7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세질 것”이라며 “민간 은행에 강제할 수단이 없는 우리 정부가 더 수세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 미군 주둔지에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란, 미군 주둔지에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더 큰 문제는 ‘확전’ 가능성이다. 이란이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UAE)로 전선을 넓힐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드론 테러 당시에도 단기적으로 유가가 급등했다”며 “이란이 미국 우방국의 원유시설을 테러한다면 국내 원유 수입뿐 아니라 중동에 직접 수출하거나 중동을 거쳐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은 적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호르무즈에서 교전이 일어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회복 조짐을 보이는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당장 국내외 경제기관보다 낙관적인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2.4%)에도 차질이 생긴다. 정재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중동을 떠나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한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욱 팀장은 “원유 비축량이 넉넉하고 단기 수급 대책도 마련한 만큼 중동 역내 교전이라든지, 우리 교민 피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시나리오별 대책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도 교수는 “중동 지역 긴장이 극도로 고조한 상황에서 러시아ㆍ중국도 잠잠한 만큼 우리는 ‘정중동’ 행보를 걸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아직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원유 수입처를 더 적극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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