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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군기지 보복 공격···미국의 아픈 2곳만 골라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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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 방송국이 8일(현지시간) 방송한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 장면. 이란은 7일 "십수개(more than a dozen)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한 방송국이 8일(현지시간) 방송한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 장면. 이란은 7일 "십수개(more than a dozen)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7일(현지시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라크 미군 기지 두 곳 중 아르빌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란 끝에 파병을 결정했던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이라크엔 현재 약 1600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국적 사상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아르빌은 이라크 북부에 있으며 에르빌(Erbil)이라고도 불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직후 “엄혹한 보복(hard revenge)의 시작”이라며 “미국이 공격을 새로 한다면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CNN 등 외신은 “사상자를 파악 중”이라는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중단한 채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백악관에서 관련 보고를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한 장병을 꼭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한 장병을 꼭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중앙포토]

이라크의 미군이 사용하는 군 시설은 7곳이며 이 중 5곳이 군 기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55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이 중 이란이 아르빌과 아인 알 아사드 두 곳을 택한 데는 전략적 이유가 있다. 두 기지 모두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라크를 방문해 찾아갔던 곳이다. 특히 아인 알 아사드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직접 찾아 미 장병을 격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018년 이라크 아인 알 아사드 미군 기지를 방문하는 모습. 이란은 이곳을 7일(현지시간) 타격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018년 이라크 아인 알 아사드 미군 기지를 방문하는 모습. 이란은 이곳을 7일(현지시간) 타격했다. [AP=연합뉴스]

군사적으로도 두 기지는 함의가 크다. 아인 알 아사드 기지는 미국이 이슬람국가(IS) 타격을 위해 병력을 집중시킨 곳이고, 아르빌 기지는 이라크 쿠르드 족의 본거지다. IS와 쿠르드족 문제는 미국의 중동 주요 현안을 상징한다. 이 두 곳을 이란이 일부러 선별해 타격한 셈이다.

아인 알 아사드 기지는 미국이 2001년 9ㆍ11 테러를 당한 뒤 일명 ‘이라크 자유(Iraqi Freedom) 작전’을 펼쳤을 때 주요 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국에 의해 제거됐던 장소인 바그다드에서 약 160㎞ 떨어져 있다.

아르빌은 북부 지역 쿠르드족의 본거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시리아에서 철군을 결정하면서 그 전까지 협력 관계였던 쿠르드족을 배신한 셈이 됐다. 미군이 빠진 뒤 쿠르드족은 터키의 공격을 받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에게 아르빌은 그렇잖아도 골치아픈 지역인데 이란의 공격으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앞으로 국면이 확산하면 주변국과의 함수관계도 꼬일 가능성이 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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