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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지난해 이어 또 “개성공단 재개”…야당 “현실인식 능력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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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년사에 담긴 국정방향 분석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집권 4년 차를 맞아 방향 전환보다 주마가편에 방점을 찍은 국정 청사진을 내놨다. 신년사를 통해 그간 정부가 추진해 왔던 노동시간 단축, 고교 무상교육, 부동산 투기 퇴치 등을 지속할 것임을 알렸다. 권력기관 개혁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의 비난으로 북·미 중재자 역할이 힘을 잃었음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을 재언급하며 남북 관계에서 독자 행보 가능성을 알렸다. 지지층 이탈의 위험을 감수하는 노선 변화 대신 지금까지 왔던 방향을 따라 그대로 가겠다는 대국민 발표다. 야당에선 “대통령의 현실 인식(능력)이 심각하게 고장 난 것 같다”(심재철), “공감도, 반성도 없었다”(유승민)고 비판했다.

외교안보 #올해 돌파구 찾아야 임기 내 결실 #남북관계서 독자공간 넓히기 전략 #“총선 앞 지지층 결집 의도” 분석 #김정은 답방 호응할지는 미지수

경기도 파주 서부전선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앞쪽)과 개성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서부전선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앞쪽)과 개성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해 파국 위기의 북·미 관계를 되돌리겠다는 ‘남북 관계 선도론’을 제시했다.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밝혔다.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 진도에 맞춰 남북 관계의 속도를 조절했다면 이젠 남북 관계에서 독자공간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답방 제안과 함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 거론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언급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동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및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의 북한 참가, 도쿄 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 협의 등 스포츠 협력과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남북 관계의 독자성 확보 쪽으로 생각을 정리해 관련 비서관들에게도 이를 준비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조만간 정부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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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돌파구로 들고 나온 건 현재의 북·미 상황에선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기 내 결실을 보려면 사실상 올해 승부를 내야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국내적 변수도 신년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직거래건 정면돌파전이건 미국만을 상대하는 북한과, 먼저 제재 해제를 해 줄 생각은 없다는 미국이 대립하는 현재의 북·미 구도에서 남북 관계가 주요 변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국 정부를 극렬하게 비난해 왔던 북한이 방침을 바꿔 한국을 상대할지부터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에서 얻는 게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원하는 전략적 양보와 같은 선물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진전이 없었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도 올해 제재 상황의 변화는 없다. 이들 남북 협력사업은 대북 합작사업 금지, 대북 벌크캐시(현금) 이전 금지 등 유엔 안보리의 각종 결의로 손발이 묶여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공조 없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설 경우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엇박자를 내며 정부가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채병건 국제외교안보에디터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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