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란하늘·잿빛하늘 다 늘었다···서울 초미세먼지 '오염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연일 계속되던 지난 3월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연일 계속되던 지난 3월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초미세먼지(PM 2.5) 일평균치를 기준으로 '매우 나쁨'에 해당하는 날이 모두 9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매우 나쁨' 모두 9일 #2010년 이후 10년 새 최다 #충북·세종 오염 가장 심하고 #경남·제주 상대적으로 나아

특히, 대기오염 대책이 시행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에 해당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염이 심한 날도 함께 늘어나면서 초미세먼지 오염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오염도 10년째 제자리걸음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7일 한국환경공단 대기오염 정보사이트 '에어코리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2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2018년 23㎍/㎥보다 다소 악화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 이후 10년째 23~26㎍/㎥ 범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또,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76㎍/㎥를 이상을 기록한 날은 지난해 1월에 3일, 3월에 6일로 모두 9일로 집계됐다.
초미세먼지가 76㎍/㎥ 이상이면 미세먼지 예보에서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매우 나쁨'에 해당하는 날수는 5일을 기록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지난 2016년은 0일, 2017년은 3일, 2018년에는 4일이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기준인 51㎍/㎥ 이상인 날도 지난해 26일이었는데, 같은 26일을 기록한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15㎍/㎥ 이하의 '좋음'을 기록한 날은 모두 111일로 2018년 130일, 2012년 112일 다음으로 많았다.
2016년 57일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푸른 하늘을 보인 날도 많아졌지만, 잿빛 뿌연 하늘을 보인 날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오염 양극화는 기상요인 탓 

지난해 3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초미세먼지 양극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대책이 시행되면서 대기오염 배출량이 줄어 '좋음'으로 분류되는 날이 늘고 있으나, 기상적인 요인 탓에 대기가 정체되면 오염이 극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상적인 요인도 일시적인 요인과 기후변화 등 장기적인 요인이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말에서 3월 초 일주일 정도는 일본 앞바다의 저기압이 한반도에 위치한 고기압의 동진(東進)을 막아 대기가 정체됐고, 풍속이 저하되면서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서울의 풍속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1981~2010년 30년 동안 평년 기준으로 서울 연평균 풍속은 초속 2.3m였다.
최근 10년 동안인 2009~2018년에는 서울의 연평균 풍속이 초속 2.2m로 낮아졌고, 2018년 초속 1.7m, 지난해에는 초속 2m로 떨어졌다.

지난해 풍속은 2018년보다 높지만, 1~3월만 보면 2018년에는 2m였고, 지난해는 1.9m로 더 낮았다.

김 교수는 "1~3월에 풍속이 낮아지면 중국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풍향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며 "정량적으로 설명하려면 좀 더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계속되면 오염 심해질 수도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제트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 진행하는 사행을 하게되고, 풍속도 낮아지게 된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제트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 진행하는 사행을 하게되고, 풍속도 낮아지게 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철 한반도 상공의 아열대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지고 풍속이 느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예측 결과, 향후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풍속은 더 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은 화석연료를 태우고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인데, 풍속까지 느려진다면 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대책으로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배출량을 줄였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나 암모니아 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줄였기 때문에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 생성이 촉진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에서 배출한 질소산화물이나 암모니아 등이 서해를 건너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미세먼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대기오염(2018년 11월 26일) [중앙포토]

중국 베이징의 대기오염(2018년 11월 26일) [중앙포토]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아직도 대기 중의 화학반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모르는 것을 찾아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지역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부산이 21㎍/㎥, 대구 22㎍/㎥, 인천 23㎍/㎥, 광주 23㎍/㎥, 대전 22㎍/㎥, 울산 20㎍/㎥, 세종 27㎍/㎥, 경기 26㎍/㎥, 강원 21㎍/㎥, 충북 28㎍/㎥, 충남 26㎍/㎥, 전북 26㎍/㎥, 전남 19㎍/㎥, 경북 21㎍/㎥, 경남 18㎍/㎥, 제주 18㎍/㎥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산과 울산은 2018년 23㎍/㎥에 비해 다소 개선됐으나, 인천은 22㎍/㎥에서 23㎍/㎥로 약간 나빠졌다.
초미세먼지 연평균 환경기준치인 15㎍/㎥을 달성한 곳은 지난해 17개 시·도 중 한 곳도 없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대기 정체가 예상될 경우 지역의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초미세먼지는 오염 원인이 다양하므로 각 지자체가 예산·조직을 확충해 지역에 맞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