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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제정 돼도 시행 전은 OK? 정세균 억대 축의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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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일 국회에서 열렸다.  정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일 국회에서 열렸다. 정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7억원에서 49억원으로. 13년만에 3배 정도 늘어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정 후보자의 공개한 재산내역 중 축의금 부분이다. 2014년과 2014년 장녀와 장남의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각각 1억5000여만 원이 들어왔다고 밝힌 것이다.

아들과 딸 결혼 축의금 3억원 논란 속 #'김영란법' 제정된 두달 뒤 아들 결혼 #"부모로온 축의금 자식에 가면 증여"

정 후보자는 1973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것이 96년이다. 새청치국민회의 원내 부총무를 지내고 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정치 구력이 20년은 넘어선 그의 재산과 축의금을 뜯어봤다.

17억원에서 49억원으로 늘어난 재산 뜯어보니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은 2006년부터 존재한다. 그가 2006년 2월 신고한 금액은 17억5123만원이다. 당시 신고한 재산의 상당 부분이 아내 명의로 된 경북 포항의 땅(7억5157만원)과 정 후보자 명의의 서울 마포구 상수동 아파트(4억6800만원) 등 건물 6억원이 대다수였다. 당시 예금은 6억3447만원. 이 중 1억원가량은 장남의 산업기능 요원 봉급을 저축한 금액이라고 신고했다.

재산은 2008년 24억원에서 2012년 26억 원대로 상승했다. 12년 기준 보유한 토지(16억원)와 건물(12억원)의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자녀들의 보유재산 내용은 2013년을 끝으로 2014년에는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내역을 신고하지 않았다.

2013년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정 후보자 명의 예금은 6800만원, 아내는 160만원으로 기록되어 있다. 장녀는 1억원, 장남은 1억6830만원이었다.

장녀가 결혼한 2014년에 신고한 재산은 29억6749만원이었다. 당시 재산의 57.3%가 아내가 보유한 토지(20억원대)였다. 공시지가가 올라 재산 규모가 늘었다고 밝혔다. 본인 명의 예금은 6800만 원대였다. 예금액은 2억2326만원이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는 장녀의 축의금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공직자 재산공개가 매년 2~3월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2014년 신고금액에는 이목을 끌고 있는 '축의금 1억5000만원'은 반영되기 어렵다. 장녀의 결혼은 2014년 6월 국회 내 의원 동산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김영란법과 축의금 3억원

과거의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본 이유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축의금이 1억5000만원이나 들어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닌 데다, 해당법은 2012년 발의돼 2015년 3월 27일 제정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 아들의 결혼식은 국회 내 의원 동산에서 2015년 5월17일이었다. 김영란법이 제정된 지 두 달 뒤다. 당시 정치 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결혼식에 참석했다.

축의금은 사회 통념 범위에 해당하면 비과세다. 하지만 이 축의금으로 자녀의 집을 사는 등 자녀에게 보태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2015년 3월에 공개된 재산공개 내용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31억9415만원의 재산(예금 1억1358만원, 채무 5억원)을 신고했다.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재산이 2억2660만원 늘었다. 포항 땅 공시지가 상승(1억8900만원)의 영향이 컸다. 정 후보자의 예금은 6200만 원대로 전년도(6800만원)와 유사했다.

반면 아내 이름의 예금은 2014년보다 1억원이 준 5100만 원대로 신고했다. 그가 최근 밝힌 대로라면 자녀 결혼 축의금 총 3억원은 2015년과 2016년 재산공개 내역에 반영돼야 그 부분은 없었다.

2019년 3월 공개한 정 후보자의 재산은 49억6132만원. 13년간 재산상승의 대부분이 아내 소유 포항 땅 가치(약 7억원→31억원) 상승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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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축의금 3억원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법에 위반되는 사항은 아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되는 것은 장남의 결혼이 김영란법 제정 직후라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하기 위해 축의금은 5만원을 넘지 못한다. 권익위는 "축의금 5만원까지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김영란법 시행이 안된 상태로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과세측면에서 보면 거액의 축의금이 누구에게 간 것인가가 중요한데, 부모에게 축의금이 갔다가 자녀에게 넘어갈 경우 엄밀히 따지면 '증여'에 해당해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정 후보자의 재산과 축의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수입과 지출을 비교하면 수입보다 자산이 늘어난 것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소득신고 대상이 아닌 연금 등이 4000만원 매년 있고, 또 자녀 축의금이 있어서 충분히 소명이 된다"고 해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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