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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1박 100만원 넘어도…CES로 몰려가는 한국 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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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라스베이거스 전경 [사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라스베이거스 전경 [사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CES 2020 (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가전쇼)’에 유례없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6일 CES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CES는 161개 국가에서 4500여개 업체, 약 18만 명이 참가하는데 이 중 한국은 미국(1933개), 중국(1368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90여개 업체가 등록했다. 73곳이 참가한 일본보다 5배 이상 많다. 한국인 공식 등록자만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 390여개, 참석기업수 세계 3위  

6일 한 남성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된 CES 전시장 앞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한 남성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된 CES 전시장 앞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1월 초 열리는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힌다. 과거엔 주로 최신 가전제품 위주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로봇·인공지능(AI) 등 첨단 IT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행사로 확대됐다. 기업들의 가장 큰 참가 목적은 먹거리 발굴과 최신 기술 트렌드 점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기술 변화들을 빠르게 집어내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긴장감이 크다.

4대 그룹 최고경영진 총출동  

업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김현석·한종희 사장이 참석했고, LG그룹에서도 하현회 유플러스 부회장, 권봉석 전자 사장, 정호영 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출장길에 올랐다.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SK그룹은 올해 최고 경영진 참석을 대폭 늘려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필두로 김준 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박정호 텔레콤 사장, 이석희 하이닉스 사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SK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5G(5세대 이동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됐고, 초연결 시대에 이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키우는게 급선무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경영진 참가 목적을 밝혔다.

유통·여행·증권업도 “IT 알아야”

IT기술이 웬만한 업종에 다 결합돼 가고 있다는 점도 ‘CES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롯데그룹만 해도 유통·화학 계열사를 포함해 신사업·전략기획 관련 부서 간부급 실무자들이 CES를 참관한다. 롯데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없이 유통 혁신은 불가능하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연동 등 다양한 시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등도 전시장을 찾았다.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최근 여행업에서 가장 큰 경쟁사가 익스피디아나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온라인여행사(OTA)”라며 “글로벌 IT흐름을 읽고 글로벌 여행플랫폼을 개척하는 게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무작정 간다고 될까” 우려도

협회, 기관과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지방상의회장 10명이 CES에 참석했고 김영주 무역협회장, 권평오 코트라 사장,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밖에 산업통상자원부·중기벤처부·서울시·경기도 등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도 전시장 내 스타트업 전문관을 중심으로 대거 등록했다. 이 중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스타트업과 창업을 독려하는데 뭐라도 보고 와야하지 않겠나”라며 “출장 경비가 비싸니 여러 곳을 갈 수도 없고 새해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열리는 CES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CES 2019'를 찾은 관람객들 모습 [뉴스1]

지난해 'CES 2019'를 찾은 관람객들 모습 [뉴스1]

몰려드는 인파 덕에 CES 행사장 주변 호텔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CES 기간 르메르디앙 호텔 1박 가격은 254달러(약 30만원)로 평소 90달러(약 10만원)의 3배다. 플라자(211달러), 윈(1032달러) 호텔 등도 평상시의 5~7배 수준까지 가격이 올랐다.
CES 현장에 가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디지털로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고 애들 과외 보내는 심정으로 일단 와보는 사람들도 상당수”라며 “회삿돈이든 세금이든 적지않은 돈이 드는데 사전에 뚜렷한 목적이나 조사없이 무작정 참가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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