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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카드까지 꺼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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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이 6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렸다. 테헤란대학교 부근 엥겔랍 광장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백만 명이 운집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은 보도했다. 솔레이마니의 딸 제납은 “중동에 있는 미군의 가족은 곧 그들의 자식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관 앞에서 쿠란 구절을 낭송하다 울먹였고, 이는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군중은 “엔테검, 엔테검”이라고 외쳤다. 이란어로 “복수하라, 복수하라”라는 뜻이다.

이란 “우라늄 무제한 농축할 것” #미국 등과 맺은 합의 깰 가능성 #한국 NSC “중동 안정 노력에 기여” #호르무즈 파병 변경 여부 고심

하늘의 암살자 미국 드론‘MQ-9 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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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는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불이행도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며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이란은 P5+1(미·영·프·중·러+독일)과 맺은 핵합의에서 15년간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하고, 원심분리기는 1만9138기에서 10년 내에 6104기로 줄이기로 했다.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이었다.

차세대 미국 무인기 XQ-58A 발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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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미국이 합의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이란도 지난해 7월 우라늄 농축 농도 제한을 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번 발표는 이 제한마저 지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를 합의 파기로 규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원심분리기 감축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이는 합의문 36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36항은 당사국 간 분쟁 발생 시 조정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합의의 틀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자리프 장관은 강조한 셈이다.

군산기지 배치된 MQ-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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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면전을 피하더라도 중동 곳곳에서 이란과 미국 간에 ‘대리전(proxy warfare)’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친이란 단체를 앞세워 이라크 등의 미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다.

정세가 악화하자 청와대는 6일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예정에 없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NSC 상임위는 보도자료에서 “역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중국 무인기 C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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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에 파병할지 고민에 빠진 가운데 ‘국제적 노력 기여’를 강조한 것이다. 앞서 NSC 상임위는 지난해 12월 사실상 파병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이번과 비슷하게 표현했다.

다만 이란과의 관계 등을 고려,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변경하며 ‘한국 선박 보호’를 임무로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게 한·미 방위비 협상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SC 상임위는 이날 “방위비 분담 협상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도 확인했다.

권호·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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