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이냐 ‘업’이냐…배민 4조 M&A, 공정위 손에

중앙일보

입력 2020.01.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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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왼쪽에서 넷째)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라이더유니온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합병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왼쪽에서 넷째)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라이더유니온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합병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결합과 독과점 심사를 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중요해졌다.

심사 관건은 배달시장 구분
배달앱 규정 땐 점유율 89% 독점
배달서비스 전체로 보면 일부분

업계 “쿠팡·우버도 배달 하는데…”
배민 “수수료 올리려는 것 아니다”

공정위, G마켓·옥션 합병도 승인
최근 신기술 혁신은 허가 추세

최대 쟁점은 독과점 심사의 대상이 되는 배달 시장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시장 구분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한정하면 두 회사의 결합으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합병이 불허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배달업 시장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두 회사가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져 공정위가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인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DH는 40억 달러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번 기업결합을 두 배달 앱 회사의 합병으로 본다. 배달 앱 시장에서 두 기업이 합쳐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배달 앱 업계는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선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도 배달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의 결합이 아니라, 세계 1위 DH와 4위 우아한형제들의 결합으로 봐야 한다”며 “각 서비스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 기업이 결합해 시장에 독점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 건전한 경쟁을 장려하는 공정위의 기본 취지에는 맞지 않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과 사업의 해외 진출만큼이나 소비자의 혜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김봉진 대표의 말처럼 국내에서 수수료 조금 올리려고 합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만일 배달 앱 시장만 볼 경우 국내 1위(시장 점유율 55.7%) 배달의민족과 2위(33.5%) 요기요의 합병이 완료되면 점유율은 89.2%에 이른다. 반면 쿠팡이츠 등을 포함한 인터넷 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기업결합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획정 이후에도 가격 인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판단에 여당의 목소리가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결합에 관해 가장 전문적으로 다뤄 온 공정위가 본격적인 심사를 펼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경제정책에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건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 성장 기조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2011년 7월 오픈마켓 1, 2위였던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승인한 적이 있다. 현재 이 시장에선 쿠팡 등 새로운 회사가 진입하면서 경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지난해 12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합병을 모두 승인했다. 모두 독과점 논란이 일었던 건이다. 당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며 “인수·합병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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