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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6배 면적 불탔다···하늘 핏빛 물든 재앙급 호주 산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호주 남쪽 나우라 지역 상공에 뜬 비행기가 방화 물질을 뿌리고 있다. 호주 남동주 지역의 계속되는 산불로 일부 지역의 하늘이 빨갛게 물들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호주 남쪽 나우라 지역 상공에 뜬 비행기가 방화 물질을 뿌리고 있다. 호주 남동주 지역의 계속되는 산불로 일부 지역의 하늘이 빨갛게 물들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남동부 산불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과 폭염이 겹치면서 5일(현지시간) 일부 지역은 하늘이 핏빛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5일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소방당국은 현재 주 전역에서 150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중 64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산불에 폭염까지 겹친 4~5일이 “우리가 겪은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 해 9월 시작된 이번 산불로 NSW주에서만 약 400만 헥타르에 달하는 녹지가 잿더미가 됐다. 이는 서울특별시의 약 66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화재로 인한 총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늘었다.

5일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호주 NSW주 코바르고 지역에서 불에 탄 잔해가 땅을 뒹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호주 NSW주 코바르고 지역에서 불에 탄 잔해가 땅을 뒹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호주 NSW주 주민이 호스로 집에 물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호주 NSW주 주민이 호스로 집에 물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SW주와 맞닿아 있는 빅토리아주에서도 지난 3일 산불이 다시 시작돼 미국 뉴욕의 맨해튼 면적만 한 6000 헥타르 규모의 대지를 태웠다. 2일 NSW주에 이어 5일에는 빅토리아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빅토리아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173명의 사망자와 500명의 부상자를 낸 산불인 ‘검은 토요일’ 이후 처음이다. 존 바릴라로 NSW 부시장은 ABC뉴스에 이번 산불이 “대규모 재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도시 지역에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시드니 서부 팬리스의 지난 4일 최고 기온은 섭씨 48.9도로 시드니에서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높았다. 호주 수도 캔버라도 4일 오후 최고 기온이 섭씨 44도로, 지금까지 최고 기온이었던 1968년의 섭씨 42.2도를 경신했다.

산불로 인해 재가 뒤덮인 호주 NSW주 해안가에서 주민이 통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산불로 인해 재가 뒤덮인 호주 NSW주 해안가에서 주민이 통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 약간의 비가 내리면서 기온은 조금 내려갔지만, 소방당국은 “안심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격렬한 산불이 향후 몇 달 간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화재 진압을 위해 호주방위군(ADF) 예비군 30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관들과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 코미디언 셀레스트 바버가 3일 시작한 자선 기금은 48시간 만에 2000만 달러(약 233억원)을 돌파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도 NSW 산불방재청에 50만 달러(약 5억 8000만 원)의 화재 성금을 기부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4일 호주 산불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에게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웃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는 화재 진압을 위한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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