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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제주에 많은 물·바람·돌 테마로 자연과 조화 이룬 건축 예술

중앙일보

입력

소중 친구들, 안녕하세요. 9기 학생기자 정가희입니다. 오늘은 제주도에 있는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을 소개하려고 해요. 제주도 서귀포시 비오토피아 내부에 위치한 수풍석 박물관은 수(水·물) 박물관, 풍(風·바람) 박물관, 석(石·돌) 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박물관 건물은 ‘이타미 준’으로 잘 알려진 유동룡(1937~2011) 건축가가 디자인했습니다. ‘모든 건물은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 유동룡 건축가는 자연과 어우러진 건물을 추구했죠.

학생기자 리포트- 제주도 수풍석 박물관에 가다

재일동포인 유동룡 건축가는 일본에서 도시락 업체를 운영하던 김홍주의 요청으로 부모님의 고향 제주에 핀크스 골프클럽하우스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테마를 가진 주거 공간 비오토피아를 건설했습니다. 그 뒤 제주에 물과 바람, 돌이 많으니 건물에 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에 박물관을 설계했다고 해요. 그의 목적은 도민들에게 건축물을 개방하는 것이었는데, 비오토피아 내부에 박물관이 있다 보니 관람객으로 인해 비오토피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 하루에 두 차례만 관람(예약 필수)할 수 있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한 관람객들은 만남의 장소에서 버스를 타고 박물관으로 출발하게 되는데요. 관람은 석·풍·수 박물관 순서로 진행되며 큐레이터가 설명해주죠.

원래 노란빛이었던 석 박물관은 제주도의 비와 바람으로 색이 달라졌는데, 이 또한 건축가의 의도다.

원래 노란빛이었던 석 박물관은 제주도의 비와 바람으로 색이 달라졌는데, 이 또한 건축가의 의도다.

석 박물관은 완공 당시 모습과 비교하면 외부의 질감과 색이 달라졌습니다. 제주도의 비와 바람으로 건물 외부가 부식됐기 때문이죠. 설명을 들은 한 관람객이 “이 박물관이 계속 부식되면 어떻게 하냐”고 질문했는데요. 김수미 큐레이터는 “시간이 흐르면서 박물관은 사라지고 다시 땅속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건축가의 의도”라고 답했습니다. 석 박물관 내부 천장에는 구멍이 있어요. 이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데, 특정 시간이 되면 바닥에 놓인 돌을 정확하게 비춥니다.

창문 너머로 부처의 손과 산방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부처의 손과 산방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박물관 건물 출입문을 기준으로 왼쪽에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요. 이 창문 너머에는 부처의 손과 그 위에 있는 복숭아를 돌로 조각한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나무 사이로 산방산을 보며 리듬감 있는 명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건물을 설계한 유동룡 건축가는 실제로 산방산을 무척 좋아했었다고 해요. 부처의 손 안에 있는 복숭아는 산방산 모양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간 풍 박물관은 나무판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판자벽 사이로 바람의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죠. 공간이 둘로 나뉘어 있는데 큰 방에 있는 양 두 마리는 풍 박물관을 지키는 수호동물이에요. 안쪽에서 볼 땐 벽이 직선처럼 보이는 풍 박물관의 한쪽 벽면은 실제로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바람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기 위한 건축가의 의도라네요.

나무판자 사이로 바람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풍 박물관.

나무판자 사이로 바람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풍 박물관.

수 박물관에 들어서면 황금색 용의 머리가 바로 보이는데요. 용은 설계자 유동룡의 이름에서 따온 사인입니다. 석 박물관과 풍 박물관에서도 용을 볼 수 있어요. 전체적인 외관은 둥근 모양인 수 박물관의 중앙에는 사각형 모양 호수가 있습니다. 수 박물관의 천장은 뚫려 있기 때문에 물에 비친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수 박물관에는 네 마리 수호동물이 있어요. 서로를 거꾸로 바라보는 거북이 두 마리와 박물관 벽 끝에 앉아있는 말의 형상을 한 상상의 동물 두 마리입니다. 상상의 동물이 앉아있는 벽은 돌에다가 나무 문양을 찍어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요. 반대쪽 벽은 제주도에 많은 현무암으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어요. 수 박물관을 밖에서 보면 마치 렌즈를 위로 향하게 카메라를 눕혀놓은 것 같은데요. 풍경을 찍는 카메라 렌즈처럼 수 박물관도 하늘의 모습을 물에 담았습니다.

물을 통해 하늘까지 담아낸 수 박물관.

물을 통해 하늘까지 담아낸 수 박물관.

수풍석 박물관을 관람하기 전에는 ‘건축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딱딱하고 회색빛인 정육면체 건물이 먼저 떠올랐어요. 유동룡 건축가의 작품을 보고 나니 건축물에 대한 생각, 건축물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저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물에서도 건물의 구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 건물과 자연과의 조화까지 생각하면서 감상하게 됐죠.

수 박물관. 건물에 들어서면 유동룡 건축가의 사인인 용 모양 조각이 맞이한다.

수 박물관. 건물에 들어서면 유동룡 건축가의 사인인 용 모양 조각이 맞이한다.

박물관을 본 뒤 집에 와서 유동룡 건축가의 인생을 담은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다큐멘터리도 봤어요. 유동룡 건축가가 쓴 책 『돌과 바람의 소리』도 읽었죠. 1988년 일본 도쿄에 ‘먹의 공간’을 지을 때는 벚나무를 벨 수 없어 설계를 바꿨다는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건축물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만져보고 선별하며, 건축물의 제목 하나하나에 공간을 담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소중 친구들도 유동룡 건축가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제주도에 있는 유동룡 건축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이 있습니다.
글·사진=정가희(제주 아라초 6) 학생기자, 정리=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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