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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에 직격탄, 그후 '고래사냥' 부른 유승민···옆방엔 조윤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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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6일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7월 6일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4월 29일 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허름한 한정식집. 느닷없는 노랫소리가 정적을 깼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가수 송창식씨의 ‘고래사냥’이었다. 노래를 부른 이는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 주위에는 유의동ㆍ이종훈ㆍ민현주 등 원내 부대표단 소속 의원들이 10명 정도 있었다. 모두 얼굴이 불콰해진 상태였다. 이날은 전국 재보궐 선거가 있던 날로 국회의원 선거 4곳 중 3곳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취기가 다소 오른 유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노래를 불렀다. 다른 의원들은 앉아서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우리들 가슴 속에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마침 그날 옆방에는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인들과 식사 중이었다. 조 전 수석은 유 의원의 노랫소리를 듣고만 있었고, 이들은 한정식집을 나갈 때까지 마주하지 않았다.

지난 3일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의원 등 비당권파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 8명이 참여한 '새로운보수당'이 5일 공식 창당을 알리고 출범했다. 임현동 기자

지난 3일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의원 등 비당권파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 8명이 참여한 '새로운보수당'이 5일 공식 창당을 알리고 출범했다. 임현동 기자

‘유승민과 그의 사람들’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유 의원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는 유 의원이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2015년 4월 8일)에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하는 등 당ㆍ청 간 마찰음이 컸던 때였다.

유 의원은 두달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6월 25일)로 낙인 찍히며 결국 원내대표에서 사퇴(7월 8일)했다. 5개월 만에 원내 사령탑에서 물러난 유 의원과 핵심 측근 상당수는 2016년 총선 과정에서 공천 배제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2916년 총선에서 대구 동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유 의원은 2017년 1월 바른정당을 창당한 뒤 2018년 2월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4·3 재보선 참패 이후 당권파와 충돌해온 유승민계는 지난 3일 탈당한 데 이어 5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을 창당했다.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유 의원을 따라 새로운보수당 기치 아래 모인 이들이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새보수당 창당식 주변에선 여러 얘기가 나왔다. 유 의원 측 한 인사는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았던 때에 청와대가 지척인 곳에서 ‘고래사냥’을 부른 게 아직도 선하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유승민계’라는 것도 그때쯤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제 진짜 고래를 잡아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새보수당 창당을 주도해온 유 의원도 창당대회에서 “지금 오늘의 8석을 80석으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새로 시작을 하는 만큼 우리들은 두려울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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