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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고르는 ‘매의 눈’ 부치에리 “한국서 통하면 세계서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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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웹예능 ‘뇌피셜’. 김종민이 게스트를 초대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사진 히스토리]

웹예능 ‘뇌피셜’. 김종민이 게스트를 초대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사진 히스토리]

“이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통하겠는데. 국가별 장벽이 높지 않겠어.”

220개국서 87개 채널 방영 A+E 네트웍스 회장

 에이앤이 네트웍스(A+E Networks)의 폴 부치에리 회장이 2018년 7월 한국 히스토리 채널에서 시작한 웹예능 ‘뇌피셜’을 처음 본 감상평이다. 가수 겸 예능인 김종민이 매회 새로운 출연자를 초청해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한가’ ‘SNS는 친구일까, 웬수일까’ 등을 주제로 토론하는 콘셉트는 만국 공통의 관심사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앤이는 1984년 디즈니와 허스트가 합작해서 만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220여개 국가에서 87개 채널을 통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에이앤이 입장에서는 좋은 포맷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폴 부치에리 에이앤이 네트웍스 회장. [사진 에이앤이 네트웍스]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폴 부치에리 에이앤이 네트웍스 회장. [사진 에이앤이 네트웍스]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부치에리 회장은 “어떻게 하면 적합한 콘텐트를 만들고, 알맞은 장소에 가져다 놓을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는데 한국은 현재 콘텐트 지형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미국 FOX를 비롯해 전 세계 44개국에 수출된 ‘복면가왕’(MBC)을 비롯해 ABC에서 리메이크해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인 ‘굿닥터’(KBS) 등 한국 포맷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그는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인기 있긴 하지만 리얼리티 쇼부터 웹드라마, 게임 방송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루 잘 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앤이는 2017년 10월 한국 시장에 진출, 히스토리ㆍ라이프타임 등 2개의 TV 채널을 론칭한 이후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TV 채널과 디지털에서 선보인 오리지널만 30여편에 달한다. 히스토리 채널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미국 예능 ‘전당포 사나이들’이 인기를 끌자 지난달 박준형ㆍ데프콘이 물품을 감정하고 흥정하는 한국판 ‘트레저 헌터’를 론칭하기도 했다. K팝 아이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이돌맘’ ‘아이돌 런치박스’ 등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서비스하던 일본 히스토리 채널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에 큰 관심을 보이며 ‘뇌피셜’ 등의 리메이크를 논의 중이다.

‘트레저 헌터’, 박준형이 150년된 대일본여지전도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다. [사진 히스토리]

‘트레저 헌터’, 박준형이 150년된 대일본여지전도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다. [사진 히스토리]

2009년 시작한 히스토리 대표 예능 ‘전당포 사나이들’. 시즌 17까지 제작됐다. [사진 히스토리]

2009년 시작한 히스토리 대표 예능 ‘전당포 사나이들’. 시즌 17까지 제작됐다. [사진 히스토리]

인터뷰에 동행한 쇼카토 바너지 아시아 총괄 대표는 “한국은 인터넷 속도가 빨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동영상을 지체 없이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시간도 길고 피드백도 적극적인 편”이라며 “방송뿐 아니라 웹콘텐트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 아시아 전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영선 한국 대표는 “김재중의 아르헨티나 여행 동행 구하기를 담은 ‘트래블 버디즈’는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본에 선판매됐다”며 “해외에서는 자막 번역이 많이 필요한 토크쇼보다 스타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여행 예능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파트너와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JTBC와는 현재 방영 중인 교양 ‘양식의 양식’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매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한편씩 공동 제작한다. ‘싱스테이: 부르는 게 값이야’는 시즌(구 올레 tv 모바일)과 함께 만들고, 올가을 선보일 첫 오리지널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탑툰 웹툰이 원작일 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 열려 있는 편이다. TV조선에 이어 MBN과도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 중이다. 바너지 대표는 “‘올해부터 JTBC 예능과 드라마 10편을 선정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첫 작품은 ‘솔로워즈’다. 데이트 쇼는 영미권에서도 친숙한 포맷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음식 문화 속에서 한식의 본모습을 찾아나가는 교양 ‘양식의 양식’. [사진 JTBC·히스토리]

전 세계 음식 문화 속에서 한식의 본모습을 찾아나가는 교양 ‘양식의 양식’. [사진 JTBC·히스토리]

영국 ITV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총괄 등을 거친 부치에리 회장은 날로 뜨거워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경쟁 상황도 새로운 기회로 해석했다. 세계 OTT 시장의 선두는 여전히 넷플릭스가 지키고 있긴 하지만 후발주자인 아마존과 훌루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난해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올해는 HBO맥스ㆍ피콕(NBC유니버설) 등도 가세했다. 부치에리 회장은 “OTT가 늘어난다는 것은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뜻”이라며 “우리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트와 모든 플랫폼에 좋은 콘텐트 제작이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킬 수 있다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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