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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으로 물든 하늘…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 "사상 최악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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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호주 하늘. [로이터=연합뉴스]

붉게 물든 호주 하늘. [로이터=연합뉴스]

호주를 휩쓴 산불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불의 영향으로 호주 남동부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현지 당국은 5일(현지시간) "사상 최악의 날"이라며 "떠날 수 있으면 떠나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NSW) 등 남동부 일대의 하늘이 주황색과 붉은빛으로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 경찰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지난해 9월부터 연쇄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현상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NSW주 팜불라 지역은 하늘빛이 붉게 변했다. NSW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 발생지와 인접한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NSW주에서는 그동안 150건의 산불이 발생해 현재까지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 당국은 약 2300명의 소방대원을 파견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64건이 진화되지 않은 상태로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셰인 피츠시몬스 NSW주 산불방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날보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며칠 내로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피하는 호주 주민들. [EPA=연합뉴스]

대피하는 호주 주민들. [EPA=연합뉴스]

NSW주와 맞닿은 빅토리아주도 피해가 심각하다. 빅토리아주 산불 규모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면적으로 오메오 지역에서만 6000ha 규모의 대지가 불탔다.

CNN에 따르면 이날 이곳에선 불길이 바람을 타고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까지 발생했다.

빅토리아주 정부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4만 명에 가까운 주민과 피서객들에게 "떠날 수 있으면 떠나라"고 경고했다. 빅토리아주 정부가 재난을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역대 최악의 산불 사고인 '검은 토요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빅토리아주에서는 산불로 173명이 목숨을 잃고 500명이 다쳤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산불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도시 지역에선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캔버라는 전날 최고 기온 44도를 기록하며 80년 만에 가장 더웠다. 시드니 서쪽의 펜리스는 48.9도까지 기온이 오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호주) 산불로 인해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지역사회를 돕고 있는 응급구조대에 감사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주 출신 배우 니콜 키드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가족은 호주 산불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생각하며 기도한다"며 "우린 현재 산불진압에 힘쓰고 있는 RFS에 50만달러(약 5억8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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