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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생에 드는 복지비 6조…“노인 의료비가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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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년기획 - 55년생 어쩌다 할배 ②

올해 법정 노인(만 65세)이 되는 1955년생에게 한 해 5조~6조원가량의 복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서울시 등의 도움을 받아 55년생이 쓸 복지 비용을 산출했다. 국민연금은 62세부터 이미 받고 있고, 올해부터 기초연금·장기요양보험·진료비 할인·무료 지하철 등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다.

국민·기초연금만 3조 넘게 부담 #노인 14%가 건보지출액 40% 사용 #10년 뒤면 142조로 눈덩이 증가 #“의료비 남용 없게 제도 정비해야”

기초연금은 가구 소득·재산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한다. 55년생 71만 명 중 대략 30만 명이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일이 든 달부터 받기 때문에 올해는 4400억원가량 든다. 이듬해부터 온전히 1년 치를 받는데, 1조원가량 든다. 지방자치단체가 22%를 별도로 부담하는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국민연금에는 연 2조원 넘게 들어간다.

‘노인 진입’1955년생 복지 비용 계산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인 진입’1955년생 복지 비용 계산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음은 의료비다. 경남 함양군의 55년생 박모씨는 치아가 좋지 않지만 임플란트 치료를 미루고 있다. 만 65세가 되기 전에는 임플란트 시술에 건강보험이 안 돼 비용을 전부 본인이 부담한다. 65세가 되면 시술비의 30%만 내면 된다. 55년생은 지난해 150만 건의 의료를 이용했다. 건강보험에서 1조8000억원(자기부담금 제외)을 쓴다. 올해 65세가 되면 임플란트 시술뿐만 아니라 노인 의료비 할인제도에 따라 이용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55년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만5519명. 1인당 월 평균 48만4000원의 생계비를 받는다. 연 1231억원이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약 3만 명에 달한다. 각종 복지를 종합하면 55년생은 한 해 5조5000억~6조원가량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부머의 막내 격인 63년생이 65세가 되는 2028년에는 55~63년생이 한 해 최소한 55조원가량의 복지 비용을 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의료비의 폭발성을 경계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간 건보 사용액은 381만원이다. 2028년에는 760만원으로 늘어난다. 2018년 77조6500억원이었던 전체 건보 지출은 2030년 142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 복지비가 급증하는 건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기초연금은 사실 수령액이 높지 않고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다. 석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다. 현재와 같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는 의료를 남용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사람만 필요한 만큼 의료를 이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도 14%의 노인 인구가 건보 지출액의 40%를 쓰고 있다. 55년생이 75세가 되는 10년 뒤엔 이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를 넘더라도 무조건 부양계층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최저임금제 등을 손봐서 노동시장의 융통성을 주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최경호ㆍ김윤호ㆍ박진호ㆍ김태호ㆍ윤상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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