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부대(쿠드스군) 사령관을 사망에 이르게 한 미군의 공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 작전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 참수 작전 즉시 전력은 그레이 이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선례에서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무인기의 활용도다. 미국은 이번에 특수부대 투입 없이 무인기 공습만으로도 적의 핵심 요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군 당국자는 “이란군과 같은 폐쇄적인 지휘 체계에서는 시스템보다 인물 중심으로 작전이 운용되므로 유사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참수 작전이 필수적이고, 또한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핵전쟁 여부가 오직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북한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미군이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에 나선다면 즉시 전력으로 주한미군의 무인공격기인 MQ-1C '그레이 이글'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은 2015년 그레이 이글을 군산 기지에 배치하기로 하고 2018년 2월 12대로 구성된 그레이 이글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그레이 이글은 솔레이마니 제거에 쓰인 MQ-9 ‘리퍼’만큼은 아니지만, 북한이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무장능력을 지녔다. 8㎞ 떨어진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를 각각 4발 장착할 수 있다. 북한 주요 표적에 대한 직접 타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정찰 능력까지 갖췄다. “한반도의 그레이 이글은 공격보다 정찰 위주로 사용될 것”이라는 주한미군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배치 때부터 사실상 북한 지휘부 참수 작전용으로 평가돼왔다.
김정은 동선은 통신 감청과 위성으로 다중 체크
공격 수단이 갖춰졌다면 다음 관건은 요인에 대한 위치 파악 능력이다. 요인이 거처를 옮길 때 신속하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다. 솔레이마니의 경우 바그다드 공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리퍼의 공습을 받았다. 미군은 정보원, 도청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쫓고 있었다고 한다.
한·미 군과 정보당국 역시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의 동선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통신감청과 위성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 등 이동 수단의 경로를 탐지하는 식이다. 실제 한·미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 움직임에 따라 미사일 시험 발사 징후를 포착해내곤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선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때로는 전용차 대신 간부 차를 이용한다”며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신변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고 말했다.
“씨도 없이 소멸할 것”…참수 작전에 북한 알레르기
현재 군 당국의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은 2017년 12월 출범한 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이 맡고 있다. 특수 무기로 무장한 해당 부대는 향후 자폭형 무인기까지 갖출 계획이다. 요인 제거에 리퍼가 활용되는 참수 작전의 첨단화 추세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그동안 군 당국의 특임여단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왔다. 특임여단 창설 당시 북한은 “특별히 훈련되고 준비된 특공대 무리라고 하여도 우리 혁명의 수뇌부 가까이에 접근하기도 전에 씨도 없이 소멸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6년 상반기 ‘키리졸브’부터 적용된 ‘작전계획(작계) 5015’에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이 포함된 것을 놓고도 “참을 수 없는 모독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참수 작전에 대해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참수 작전이라는 용어부터 군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기엔 북한 최고 존엄을 향한 자극적인 표현이 대북 비핵화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군 일각에선 대북 관계를 고려해 특임여단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대상 업체를 선정하기로 한 자폭형 무인기 도입 사업이 해를 넘기면서 지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