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63년. 지난해 말 약 724만 명)의 맏형 격인 55년생이 올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된다. 71만 명이다. 그 전에는 40만~50만 명이었다. 이제 차원이 다른 고령화가 시작됐다. 무방비로 65세가 된 이전 세대와 분명 다르지만 준비 부족은 여전하다. 55년생을 해부해 '폭풍 고령화'의 실상과 과제를 점검한다.
신년기획-55년생 어쩌다 할배②
올해 법정 노인(만 65세)이 되는 1955년생에게 한 해 5조~6조원가량의 복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서울시 등의 도움을 받아 55년생이 쓸 복지 비용을 산출했다. 국민연금은 62세부터 이미 받고 있고, 올해부터 기초연금ㆍ장기요양보험·진료비 할인·무료 지하철 등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다. 55년생은 64세까지 경제활동을 하면서 기업을 일구고 세금·보험료를 내서 나라 살림을 살찌웠다. 이제부터 복지제도에 기대고 후세대에 의존하는 연령대에 접어들었다.
연금·의료비·무임승차 등 주요 복지 20여개 #55~63년생 모두 노인 진입 2028년 55조 #의료비 폭발 위험 커 "건보 정비해야"
기초연금은 가구 소득ㆍ재산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한다. 55년생 71만명 중 대략 30만명이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일이 든 달부터 받기 때문에 올해는 4400억원가량 든다. 이듬해부터 온전히 1년 치를 받는데, 1조원가량 든다. 지방자치단체가 22%를 별도로 부담하는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건 국민연금이다. 55년생은 61세부터 정식으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 2조원 넘게 들어간다.
다음은 의료비다. 경남 함양군의 55년생 박모씨는 치아가 좋지 않지만 임플란트 치료를 미루고 있다. 만 65세가 되기 전에는 임플란트 시술에 건강보험아 안 돼 비용을 전부 본인이 부담한다. 65세가 되면 시술비의 30%만 내면 된다. 55년생은 지난해 150만건의 의료를 이용했다. 건강보험에서 1조8000억원(자기부담금 제외) 쓴다.
올해 65세가 되면 임플란트 시술뿐만 아니라 노인 의료비 할인제도에 따라 이용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54년생의 경우 지난해 161억원을 할인받았다. 55년생의 건보 이용액에다 장기요양보험(290억원), 의료급여(1940억원)를 더하면 의료비가 2조원을 훌쩍 넘긴다. 교통사고가 발생해 자동차보험을 이용한 55년생이 지난해 3만1893명이다. 약 352억원의 의료비를 썼다.
55년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만5519명. 1인당 월평균 48만4000원의 생계비를 받는다. 연 1231억원이다. 주거급여를 더하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약 3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보험에서 이미 돌봄서비스를 받는 55년생이 2889명이다. 올해 정식 이용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종 복지를 종합하면 55년생은 한 해 5조 5000억원가량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포함하지 않은 것도 많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철도요금·통신비·고궁입장료 할인, 노인일자리 예산, 노인정액진료비 할인, 실업급여,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이런 걸 더하면 6조원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의 막내 격인 63년생이 65세가 되는 2028년에는 55~63년생이 한 해 최소한 55조원가량의 복지 비용을 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의료비의 폭발성을 경계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간 건보 사용액은 381만원이다. 2028년에는 760만원으로 늘어난다. 2018년 77조6500억원이었던 전체 건보 지출은 2030년 142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건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2배는 더 거둬야 한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보험료를 낼 사람이 줄어드니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건보 적립금(현재 17조9000억원)을 10조원 넘게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 복지비가 급증하는 건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ㆍ기초연금은 사실 수령액이 높지 않고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다. 석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다. 55년생이 노인이 된다 해서 당장은 의료비나 돌봄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이런 수요가 가파르게 늘 것이고 조만간 연금 지출을 앞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현재와 같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는 의료를 남용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사람만 필요한 만큼 의료를 이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도 14%의 노인 인구가 건보 지출액의 40%를 쓰고 있다. 55년생이 75세가 되는 10년 뒤엔 이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65세가 넘어가더라도 무조건 부양계층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ㆍ최저임금제 등을 손봐서 노동시장의 융통성을 주고, 65세 이상 노인계층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최경호ㆍ김윤호ㆍ박진호ㆍ김태호ㆍ윤상언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