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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vs '깨시민'···새해 첫 주말에도 나뉜 두 개의 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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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 참가자들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표적 수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 참가자들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표적 수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새해 첫 주말인 4일에도 두 개의 ‘광장’이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검찰개혁 완수를 요구하는 ‘서초달빛집회’가 앞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인근에서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가 각각 열렸다.

"조국 전 장관 수호 끝나지 않았다" 

이날 늦은 오후 대검찰청 앞 서초달빛집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를 결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 전 장관이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첫 집회다. 또 지난해 30일 국회에서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환영하는 반응도 나왔다.

대검찰청 3개 도로 약 300m는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정치검찰 물러나라’ ‘표적수사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주최 측은 조 전 장관 지지 모임인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함께개혁)’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서초동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호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 여러분 끝까지 함께 갑시다”고 호소했다.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가 열린 가운데, 주최 측이 대검찰청 외벽에 쏜 '우리가 조국이다' 메시지. 김준영 기자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가 열린 가운데, 주최 측이 대검찰청 외벽에 쏜 '우리가 조국이다' 메시지. 김준영 기자

대검 향해선 '공수처 수사대상자들' 

집회 중간중간 주최 측이 대검찰청 건물 외벽에 쏜 레이저빔 메시지 중엔 ‘본 건물은 공수처 수사대상자들이 근무하는 곳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추가되기도 했다. 또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조 전 장관의 과거 인터뷰 영상 등도 상영됐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는 조 전 장관의 목소리가 나올 땐 일부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아직 검찰 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첫발을 뗀 것”이라며 “지금도 고생하시는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연단에 오른 시민들은 대부분 본인을 ‘오소리’로 소개했다. 오소리는 뱀에 물려 기절해도 다시 깨어나 독사를 추적, 요절을 낼 정도로 집요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은 스스로 이 동물을 빗대 표현한다.

연단 오른 어린 학생도 '검찰 비판' 

이날 연단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포함해 3명의 어린 학생들이 올라 마이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이 중 자신을 ‘용산에서 온 아기 오소리’라고 소개한 한 천모군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천군은 “문재인 대통령님을 배신하고 조국 전 장관님을 배신하고 국민 배신한 윤석열 아저씨 인제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집회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달빛유세단으로 활약한 단체 ‘슈퍼 문’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 기각 전광훈 목사 '정부 규탄'  

앞서 서울 광화문에서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의 새해 첫 국민대회가 열렸다. 지난 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비롯해 보수단체 관계자, 시민들이 교보생명 건물 앞 편도 6차선을 가득 메웠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참가자들은 ‘문재인 퇴진’ ‘평화 타령고마해라마이속았다 아이가’ 등이 적힌 피켓을 치켜들곤 했다.

특히 이날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지난달 31일)와, 집회를 이끄는 전 목사의 영장 기각 후 이뤄진 첫 집회였던 터라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았다. 이날 공개발언 연단엔 전 목사 외에도 청년ㆍ주부 등 일반인들과 보수단체 대표들이 올라 문재인 정부 규탄을 이어갔다.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30대 유치원 교사, "열심히 일하면 세금폭탄" 

30대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청년 실업급여를 언급하며 “허랑방탕 지내는 사람은 실업 급여를 타 먹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세금 폭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ㆍ중구 일대에는 광화문의 범투본집회뿐만 아니라 각종 보수단체가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같은 시간 우리공화당과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는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일대에서 집회를 연 단체는 10여개다. 오후 4시쯤부터는 광화문 앞 범투본과 서울역 앞 우리공화당이 동시에 청와대 앞 행진을 하면서 행렬이 합쳐지기도 했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맹학교 학부모, "집회로 학습권 침해" 

보수단체 회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과정에선 청와대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 등 20여명과 대치하기도 했다. 맹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인근 집회와 행진으로 학생들의 학습권ㆍ이동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맹학교 측은 “양심이 있다면 확성기 사용 자제 등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한다”고 했지만 보수단체들은 행진을 거듭했다. 이에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맹학교 관계자들을 인도로 끌어냈고 단체들의 행진은 계속됐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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