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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지워싱턴대 "부모 대리시험은 부정···조국사건 자체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아들(23)이 다녔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고[뉴스1, 미국 조지워싱턴대 홈페이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아들(23)이 다녔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고[뉴스1, 미국 조지워싱턴대 홈페이지]

"부정행위(Cheating)는 시험에서 다른 학생 답안을 베끼는 것은 물론 승인받지 않은 자료나 정보, 도움을 활용하거나 무단으로 타인과 협업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2일(현지시간) 중앙일보가 입수한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교칙에 명시된 내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이 기소한 대로 2016년 이 대학 국제관계학부(엘리엇 스쿨)에 다니던 아들의 온라인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한 것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명백한 교칙 위반인 셈이다.

GWU 엘리엇스쿨 학사 국장 인터뷰 #교칙 "타인의 협업·도움은 Cheating" #한국 오픈북 시험 부모 도움 논란에 #"미국 대학에선 논란·의문 여지 없어, #재학생은 학점 삭감~퇴학 징계 다양, #졸업생은 학위 문제라 고려사항 많아"

팀 도드 엘리엇 스쿨 학사자문 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학생이 시험에서 허가받지 않은 누군가,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상의를 했을 경우 학문 진실성(academic integrity) 위반행위로 처리해왔다"며 "한국 검찰이 증거를 공유한다면 우리 쪽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교내 자체적으로 학문 진실성 감독 책임자나 해당 학생의 담당 교수가 사건 내용을 알고 있는지 파악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조지워싱턴대 측도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팀 도드 조지워싱턴대 학사담당 국장.

팀 도드 조지워싱턴대 학사담당 국장.

문제가 된 수업은 2016~2017년도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개설 강의인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관점'이다. 당시 여러 교수가 복수의 강좌를 개설했고, 일부 교수는 온라인 시험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오픈북' 시험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을 기소까지 한 것은 검찰이 '깜찍'하다"고 하는 등 여권에서는 과잉 수사라는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워싱턴대 교칙은 이에 대해 "감독관 없는(unproctored) 시험도 학문의 진실성 증진에 위배되지 않지만, 교수는 모든 응시자에 수행 방법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해당 교수도 조 전 장관 아들의 온라인 시험 문제지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는 안내문을 명시했던 것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조지워싱턴대 한 교수는 "오픈북 시험이라고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자료를 찾으라는 것이지, 부모와 함께 풀라고 문제를 내는 교수는 없다"며 "교수 승인 없이 무단으로 협업하는 것은 학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온라인 대리 시험 정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검찰이 확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온라인 대리 시험 정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도드 국장도 오픈북 논란에 대해 “미국 대학에서는 그것이 부정행위라는 데는 논란이나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생이 부모에게 실제 문제지를 복사해 보냈다거나 부모가 정보나 답변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그다음 시험에 사용했다는 증거가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다면 대학에서도 적절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조지워싱턴대가 자체적으로 부정행위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처분을 내릴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조 전 장관 아들이 이미 2017년 대학을 졸업한 신분이란 사실도 고려할 요소다.

도드 국장은 "일반적으로 교칙 위반 증거가 분명하고 학생의 책임이 확실하다면 위반 정도에 따라 징계 처분도 달라진다"며 "경미한 경우 성적을 낮추거나 학점을 삭감하는 것부터 재범 등 심각한 사례는 퇴학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위원회와 징계 처분을 결정하는 심판위원회는 별도로 운영된다"며 "조사를 마쳐도 졸업생이기 때문에 수여한 학위를 재검토해야 할 사안인지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고 덧붙였다.

재학생 부정행위는 담당 교수 차원에서 F 학점을 주거나, 다른 시험 성적이나 과제물·수업 참여도를 고려해 학점을 깎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졸업생은 훨씬 복잡한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도드 국장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학교가 입장을 결정하는데 한국의 공식 기록이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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