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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제거뒤 트럼프 '성조기 자축' 트윗···이란이 들끓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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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쿠드스군) 총사령관 제거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동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을 습격한 시위대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일련의 흐름상 미군이 적 수뇌부를 타격하는 ‘참수작전’을 감행한 셈이다.

미 대사관 습격 뒤 '참수작전' 감행 #친이란파 무장조직 지도자도 함께 사망 #"솔레이마니는 미국 공격의 배후" #"침략자 미국이 우리 영웅 죽였다" #이스라엘군 비상 경계 태세 돌입

솔레이마니는 2일(현지시간) 바그다드공항 인근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차량에 동승했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역시 사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공군 소속 무인기인 MQ-9 리퍼가 솔레이마니의 차량 행렬에 미사일을 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솔레이마니는 이날 시리아에서 항공기로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해 공항을 떠나다가 공격받았다. 정확한 입국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3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이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며 “해외 미국인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등지에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을 공격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레이마니가 지난달 말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과 미국대사관 습격을 승인한 장본인이라고 지목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현지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잇따른 공격과 미국 대사관을 노린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하려다 미국에게 제거됐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한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왼쪽)과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오른쪽). [AFP=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왼쪽)과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오른쪽).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 사망을 자축하듯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무런 문구 없이 성조기 사진만 올렸다.

▶미군기지 로켓포 공격(지난달 27일) ▶하시드 알사비 폭격(지난달 29일) ▶미 대사관 습격(지난달 31일) ▶솔레이마니 제거(2일) 등 미·이란간 보복성 군사작전이 꼬리를 물면서 현지 정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솔레이마니 사망은 이란 군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대규모 테러나 국지전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긴급 성명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순교는 그의 헌신에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겐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사흘간 추모 기간도 선포했다.

미 공군의 무인기인 MQ-9. 날개에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GBU-12 페이브웨이 II 레이저유도 폭탄, JDAM GPS 유도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

미 공군의 무인기인 MQ-9. 날개에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GBU-12 페이브웨이 II 레이저유도 폭탄, JDAM GPS 유도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침략자 미군과 테러리스트의 공습으로 우리의 영웅이 서거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지휘관이기도 한 모흐센 레자에이 이란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트윗을 통해 “미국을 겨눈 강력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는 1979년 이란 혁명 때 혁명수비대에 가담했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다.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공로를 인정받아 쿠드스군 총사령관에 오른 뒤 계속 자리를 지켰을 만큼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었다.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지휘도 그의 중요한 치적이다. 하메네이는 서신을 통해 “악성 종양을 제거해 중동은 물론 전 세계와 인류에 크게 기여했다”고 그를 치하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보복 공격을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2일 혁명수비대가 행진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는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보복 공격을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2일 혁명수비대가 행진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가 이끄는 쿠드스군이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 레바논 등지의 시아파 무장조직을 지원하는 핵심 세력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란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이란에 우호적인 조직들을 활용해 ‘대리전’을 치르게 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이라크에서 친이란 민병대나 시위대에 의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미국이 그를 배후로 지목한 이유다.

솔레이마니는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가 오고 있다”며 이란을 압박하자, 술레이마니는 “쿠드스군이 당신을 막을 것이다. 전쟁을 시작한 것은 당신이지만 끝내는 것은 우리다”라고 맞받아쳤다.

이란의 대대적인 보복 가능성 등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시장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3일 한때 4%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군은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외 순방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급히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진·신혜연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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