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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배신? 836m 백운대 정상 오르자 미세먼지 '매우나쁨'

중앙일보

입력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본 서울시내의 모습. 미세먼지 때문에 산 아래가 온통 뿌옇다. 천권필 기자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본 서울시내의 모습. 미세먼지 때문에 산 아래가 온통 뿌옇다. 천권필 기자

“산에 가면 미세먼지가 더 적을까? 궁금해요.” -민*

새해가 되면서 해돋이를 보려고 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데요.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https://mgrg.joins.com)’에 한 사용자가 산에 가면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미세랩] 북한산 정상까지 미세먼지 측정해보니

이에 취재팀은 서울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북한산 백운대(836m)를 오르면서 높이별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영상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북한산 등산로 입구, 초미세먼지 200㎍/㎥ 넘어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 [사진 왕준열]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 [사진 왕준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려 언덕길을 10분 정도 오르자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가 나타났다.

미세먼지 탓에 북한산이 뿌옇게 보였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서울 강북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145㎍(마이크로그램). ‘매우나쁨’ 기준(76㎍/㎥~)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덮었다.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에서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에서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하니 이곳의 고도는 100m. 환경부 인증을 받은 휴대용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로 1분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중간값(최저·최고치 평균)을 기준으로 246㎍/㎥를 기록했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해발 200m 지점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다시 재보니 24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산속으로 들어가니 미세먼지도 조금씩 줄어

산에 올라가면 미세먼지 덜 마실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산에 올라가면 미세먼지 덜 마실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차장을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됐다. 금세 해발 300m에 도착했다.
측정 결과는 204.5㎍/㎥. 도로에서 벗어나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들어오니 농도가 다소 줄었다.

400m와 500m 지점에서도 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96.5㎍/㎥, 186㎍/㎥로 조금씩이지만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500m 지점을 지나 깔딱고개에 접어들면서부터 길은 점점 가팔라졌다. 나란히 가던 등산객은 답답했는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정상부 오르자 파란 하늘-잿빛 스모그 경계 보여

북한산 정상에서 본 서울시내의 모습.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사진 천권필]

북한산 정상에서 본 서울시내의 모습.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사진 천권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600m 고지에 올랐다. 산 아래 서울 시내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위로는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농도 역시 159.5㎍/㎥로 내려가 있었다.

백운대피소를 지나 700m 고지에 도착했다. 시야는 확 트였지만 뿌연 스모그 때문에 어디가 서울 시내인지도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163.5㎍/㎥로 다시 약간 올랐다.

김도영 북한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 주임은 “날이 맑을 때는 서울은 물론 인천까지 보이는데 이렇게 시야가 안 좋은 건 올겨울 들어 처음인 거 같다”며 “미세먼지가 심하니 물을 자주 마시라”고 말했다.

가장 험난한 암벽 지대를 지나 두 시간 만에 드디어 해발 836m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정상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서울 시내를 덮고 있는 회색 스모그와 파란 하늘, 두 대기층의 경계가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정상부에서 마지막으로 초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했다. 105.5㎍/㎥로 100m 지점보다 57%가량 농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나쁨’ 수준으로 깨끗한 공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기혼합고 위로 가야 미세먼지 피할 수 있어”

지난달 24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모습. 파란 하늘과 스모그 대기층을 경계로 롯데타워가 솟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모습. 파란 하늘과 스모그 대기층을 경계로 롯데타워가 솟아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기혼합고(대기가 섞이는 높이)를 경계로 미세먼지 농도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아래를 보면 뿌연 띠가 보이는데 그게 대기혼합고다.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대기혼합고 안에서는 공기가 대부분 혼합이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하지만, 그 위로 올라가면 혼합고 아래와 다른 공기여서 더 깨끗할 수 있다”며 “혼합고는 계절에 따라 다른데, 겨울철에는 500~1000m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사진 왕준열]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사진 왕준열]

산에 가면 도로와 건물 등 생활 주변의 오염원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산행을 피하는 게 좋다. 특히 해가 질 때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는 공기순환이 잘되지 않아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심호흡을 하거나 숨을 헐떡이면 오히려 폐 건강에 좋지 않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등산보다는 수영 등 실내운동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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