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 대법관까지 모신' 삼성전자, 준법·이사회중심 경영 탄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새해 들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공식화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새로 구성할 준법감시위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이후 삼성의 투명경영과 준법경영 확립을 추진해왔다. 그 핵심이 이사회 중심 경영과 준법감시위 설치다. 삼성이 새로 설립할 준법감시위의 위상과 이사회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준법 경영 확립 위해 준법감시위 구성 #주요 경영 현안은 경영위원회서 결정 #투명경영 위해선 이사회 중심 경영 돼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1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1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준법경영 확립 위한 준법감시위 구성 중  

삼성전자의 준법감시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2년간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6년에는 서울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지난해 10월부터는 현대제철의 안전·환경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준법감시위의 위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에는 이미 법무팀과 감사 역할을 하는 경영진단팀이 존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법감시위를 이사회 내부 위원회로 할지 혹은 김기남 대표(부회장)의 산하 조직으로 구성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일단 준법감시위 구성을 서두르는 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3차 공판에서 재판부로부터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공여 요구를 받더라고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4차 공판은 이달 17일 열리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그때까지는 준법감시위의 구성과 조직 편제를 마무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또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던 미래전략실을 2017년 2월 해체했고, 이에 앞선 201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삼성전자의 투명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상법에 명시된 이사회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주요 경영 결정은 이사회 아닌 경영위원회서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지금 말 그대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선 이상훈 의장이 지난달 17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 됐다. 11명이었던 이사도 현재 실질적으론 9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재선임을 포기했고, 이 의장마저 구속돼 실질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9명 중 사내 이사는 김기남 반도체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고동진 무선사업부문장(사장)이, 사외이사는 6명(박재완·김선욱·박병국·김종훈·안규리·김한조)이 각각 맡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 이사회의 역할론을 둘러싼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경영에 대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중요 경영 문제에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맡긴다는 것도 현재와 같은 이사회 운영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 위해선 이 부회장 참여해야"  

이사회 대신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 결정은 경영위원회가 한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경영 전략, 사업 계획 및 사업 구조조정,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재무에 관한 주요 사항 등을 모두 경영위원회가 의결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메모리 투자나 평택 단지 투자 등이 경영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사외이사 6명이 참석해 이사회 전체에서 의결한 안건은 삼성 꿈장학재단 기부금 출연, 국제기능올림픽 후원, 삼성디스플레이 임대차 계약,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 지원 등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현재 6개의 내부 위원회를 두고 있다.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등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계획 중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사회 내부의 한 위원회로 편제될 경우 준법 경영 확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려면 오너인 이 부회장이 우선 이사회에 들어가는 게 맞다"며 "그래야 이사회에 힘도 실리고 경영을 견제할 수 있고 준법감시위의 설립 취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