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업무일이었던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하루는 시작과 끝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요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의 2020년 첫 공식 업무는 추 장관 임명을 재가(裁可)하는 것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 기자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은 오전 7시쯤 추 장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했다. 추 장관의 임기는 0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1시간 뒤인 오전 8시, 문 대통령이 현충원을 참배할 때 추 장관도 동행했다.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신년 합동 인사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권력기관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화룡점정은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된 추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었다. 임명장을 받는 이는 추 장관 혼자였다. 청와대에선 임명장을 주는 문 대통령 외에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3 실장이 배석했다. 강기정 정무수석 등 수석 전원도 나왔고, 안보실 1ㆍ2차장과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 등 비서관들 모습도 여럿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러 명이 받는 다른 수여식 때와 달리 박수가 유독 많이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통하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사법개혁,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은 “법무 개혁,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국민의 열망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법적, 제도적 작업이 아주 큰 진통을 겪으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끝난 후에 바뀐 제도를 잘 안착시키고 제대로 운영되게 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들였던 노력 못지않게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법률 규정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규정이 돼 있기 때문에 그 규정의 취지에 따라서 검찰 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주시기 바란다”며 “역시 검찰개혁의 시작은 수사 관행이나 수사 방식, 조직문화까지 혁신적으로 바꿔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칼을 여러 번 찌른다’는 표현을 써가며 검찰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
그는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서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면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인권은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해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다. 인권을 중시하면서도 정확하게 범죄를 진단해내고 응징을 할 수 있는 게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다”라고도 했다.
추 장관 임명은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80일 만이다. 추 장관이 이른 시일 내에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 조직을 장악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르면 다음 주 비어있는 여섯 자리의 검사장 인사를 먼저 하고, 설날(25일) 전후 후속 인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