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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 벽두 쌍둥이 위기 직면한 트럼프…출구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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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 31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 31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북한과 이란과 위기에 동시에 직면했다. 두 나라 상대로 경제 제재를 지렛대로 비핵화를 압박했지만, 동티가 난 셈이다. 위기가 탄핵심판과 대선을 치루는 상황에 닥쳐 제재 완화로 출구를 찾기도 힘들다. 재선에 필수인 표 잃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북한·이란 제재통한 비핵화 위기 봉착, #NYT "18개월 북핵 개인기 외교 종지부" #탄핵심판·대선 표 잃을까 양보 힘들어 #전문가 "중국 통한 북 설득 유일 방안"

뉴욕 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에 두 적성국과 위기에 직면했다"며 "경제적 지렛대로 이란은 고립시키고, 북한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모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좋은 관계"라는 거듭된 구애에도 "국가 존엄과 미래 안전을 그 무엇과도 절대 바꾸지 않겠다"며 "세상이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연합뉴스]

타임스는 김정은의 김 위원장의 선언은 "개인기와 경제 발전이란 어렴풋한 약속으로 전임 12명의 대통령을 괴롭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트럼프의 지난 18개월 실험의 종지부로도 보인다"고 혹평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로이터=연합뉴스]

이란도 마찬가지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로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방화 공격과 관련 "이란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데 "당신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 "아무 국제위기 없이 3년을 보낸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는 외교를 거부했기 때문에, 북한엔 너무 많은 외교를 요구하다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 정국 와중에 동맹국 지원마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다"며 "일정한 제재 완화 대가로 핵 개발을 통제하는 부분적이고, 잠정적 합의를 추진하는 전통적 외교도 하지 않았다"고 고 지적했다.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5개국과 함께 맺은 이란 핵 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북한과도 중간 합의보다 핵·미사일 폐기라는 최종 합의에만 매달리는 빅딜(Big Deal)식 접근법만 고수하다가 위기를 맞았다는 비판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북한과 이란에서 두 개의 국제 위기에 직면했다"며 "둘 다 전쟁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실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진 상대적으로 해외에선 평화와 국내 번영의 혜택을 봤지만, 이들 쌍둥이 위기는 그의 공갈과 친구 맺기가 혼합된 외교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대규모 외교 실패로 비칠 수 있는 군사적 대결로 사태가 비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전날 밤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전쟁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좋아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도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북한과 이란 모두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출구인 줄 알지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특히 북한은 수개월 안에 최악의 경우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하는 도발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원 탄핵심판을 앞두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까지 반발할 양보를 했다가는 반란표가 나올 우려까지 있어 트럼프로선 진퇴양난"이라고 지적했다.

고스 국장은 "지금은 중국이 북·미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최악의 도발을 자제하도록 북한을 물밑에서 설득하길 기대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3일 재선이 된 뒤에야 전향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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