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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낙연 16일 직전 총리직 물러나기로…문 대통령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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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후임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과 무관하게 16일 직전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복수의 여권 인사가 1일 밝혔다. 1월16일은 선거법상 총선 출마(지역구) 공직자의 사퇴 시한이다.

종로 출마, 공동선대위장 가능성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

여권의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총리가 사표를 내고 나오는 형식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놓아드리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점은 국무회의가 열리는 14일이나 15일”이라고 했다.

이 총리와 가까운 다른 여권 인사도 “정세균 후보자 인준안 국회 통과가 16일까지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이 총리는 그 전에 관둔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승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부상한 이 총리의 서울 종로 출마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세균 인준’ 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4ㆍ15 총선 90일 전인 16일 전까지 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이 총리가 자리를 비우고 나오는 것은 본인도 부담일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2017년 6월 1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당시 국회의장·오른쪽)가 취임 인사를 위해 여의도 국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의장실에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하는 모습. [뉴스1]

2017년 6월 1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당시 국회의장·오른쪽)가 취임 인사를 위해 여의도 국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의장실에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하는 모습. [뉴스1]

정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1월 7~8일이다. 하지만 장관과 달리 총리직은 국회 인준이 필수다. 특히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며 골이 깊어진 여야의 대치를 감안하면, 정 후보자 인준은 빠르게 처리될 가능성이 작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한국당이 16일까지 정 후보자 인준 표결에 응해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차기 총리 인준과 상관 없이 이 총리를 ‘놓아주면’ 이 총리의 당 복귀와 종로 출마 길은 열린다. 여권 인사는 “이 총리가 물러나고도 정 후보자 인준 처리가 안 되면, 다음 의전서열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정 후보자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이 총리를 향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려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 총리의 종로 출마는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그와 가까운 민주당 한 의원은 “세(勢)가 약하다는 얘기를 들은 이 총리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되면 이낙연을 따르는 사람들이 줄을 설 테니 이 총리 입장에선 도전할만한 카드”라고 말했다. ‘친문’ 최재성 의원도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국민적 검증을 회피해선 안 된다”며 이 총리 종로 출마론을 밀고 있다.

노무현ㆍ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는 ‘기회의 땅’이지만 여당 후보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0년 이후 종로 당선자는 대부분 야당 후보였다. ▶2000년 정인봉(한나라당) ▶2002년(보궐)ㆍ2004년 박진(한나라당) ▶2012년ㆍ2016년 정세균(민주당) 후보 등이었다(2008년만 여당이던 박진 한나라당 후보 당선).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종로의 민심은 온건하면서 어른스러운 지도자 이미지를 요구한다. 이 총리와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이 총리가 종로 출마와 동시에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종로 빅매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낙연 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JTBC 캡처]

올해 4월 총선에서 ‘종로 빅매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낙연 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JTBC 캡처]

이 총리의 종로 상대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될지도 관심사다. 비례대표를 포기한 황 대표는 현재 지역구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사실상 종로 출마를 굳혀놓고 있는데 공식 선언을 하면 황 대표는 종로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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