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러' 본즈와 클레멘스,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이 '약물에 취한' 선수들을 받아들일까.

명예의 전당 100% 득표에 도전하는 데릭 지터. 그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최고 경영자다. [AP=연합뉴스]

명예의 전당 100% 득표에 도전하는 데릭 지터. 그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최고 경영자다. [AP=연합뉴스]

2020년 MLB 명예의 전당 투표가 1일(한국 시각) 마감됐다. MLB 선수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명예의 전당 헌액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로 결정된다.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은 선수, 감독, 구단주, 해설위원, 기자 등 야구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올해 헌액자는 오는 22일 발표된다.

이번 투표의 최대 관심하는 '영원한 캡틴', '뉴욕의 연인'으로 불린 데릭 지터(45)다.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3465안타(MLB 역대 6위)를 때린 지터의 입성은 확실하다. 미국 팬들과 기자들은 그가 100% 득표율을 기록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 사상 최초로 100%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려면 선수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선수 생활이 막 끝날 때에는 정확한 업적 판단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BBWAA는 매년 수십 명의 후보를 추천한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는 10명에게 표를 던진다. 후보들 가운데 7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762홈런을 때린 배리 본즈는 지난 7년 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에 실패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762홈런을 때린 배리 본즈는 지난 7년 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에 실패했다. [AP=연합뉴스]

투표에 참여한 기자들 일부는 소속사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이 찍은 후보를 미리 공개하기도 한다. 명예의 전당 투표 현황을 추적하는 사이트(bbhoftracker.com)에 따르면, 자신의 투표를 공개한 27.4%(412명 중 113명)는 모두가 지터에게 투표했다. 한 표라도 이탈하면 만장일치에 실패하는 어려운 기록이지만, 기록과 이미지가 워낙 좋은 지터라면 도전할 만 하다.

진짜 관심을 끄는 건 배리 본즈(55)와 로저 클레멘스(57)의 입회 여부다. 통산 762홈런을 때린 본즈는 행크 애런(755홈런), 베이브 루스(714홈런)을 뛰어넘어 MLB 최다 홈런을 터뜨렸다. 기록만 보면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 때문에 지난 7년간 명예의 전당 후보 투표에서 계속 미끌어졌다.

통산 354승을 올리며 MLB 역대 9위를 기록한 클레멘스도 본즈와 함께 8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도전한다. 그도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있다. 현재 공개된 결과로는 본즈와 클레멘스 모두 77% 득표율을 기록했다. 75% 이상을 득표한 선수는 지터와 본즈, 클레멘스, 그리고 래리 워커(85.8%), 커트 실링(79.6%) 등 5명이다.

지난해 최종 결과에서는 본즈가 59.1%, 클레멘스가 59.5%에 그쳤다. 올해도 "약물 복용 선수는 끝까지 반대한다"는 기자들이 꽤 있다. 그러나 본즈와 클레멘스가 은퇴한 2007년에 비해 약물에 대한 MLB의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은 10년간 이어진다. 올해 본즈와 클레멘스가 이번에 탈락하더라도 2년 더 기회가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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