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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때문에" … 설 곳 잃은 독일 전통 불꽃놀이 '질베스터'

중앙일보

입력

독일에는 새해 전날 폭죽놀이를 하는 '질베스터'란 전통이 있다. [pixabay]

독일에는 새해 전날 폭죽놀이를 하는 '질베스터'란 전통이 있다. [pixabay]

2018년 독일 질베스터. [dpa=연합뉴스]

2018년 독일 질베스터. [dpa=연합뉴스]

독일의 오랜 전통인 새해 전야 불꽃놀이 풍습 ‘질베스터(Silvester)’가 독일 곳곳에서 금지되는 분위기다. 독일인들은 로마 가톨릭 교황 질베스터 1세를 기리는 성인(聖人)의 날인 12월 31일에 불꽃을 쏘아 올리며 이 날을 기념해왔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베를린의 일부 장소에서 새해 전야 불꽃놀이를 금지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다른 지역에서 금지한 적은 있지만 베를린이 금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한 이유도 안전·환경 등 지역마다 다양하다.

브라덴버그 기념문 앞 불꽃놀이 올해 마지막일까   

오랜 전통을 제한하게 된 이유는 도시마다 제각각이다. 베를린은 안전을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 새해 불꽃놀이를 금지한다. 아헨은 역사적인 건물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봐 폭죽을 쏘는 고도를 제한한다. 또 다른 도시들은 폭죽이 터지면서 생기는 미세한 먼지 파편이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줄까봐 금지했다.

특히 환경적 이유가 전통에 반대하는 흐름을 선도하는 추세다. 독일연방환경청에 따르면 새해 축제 이후 미세 입자 배출량이 급증하는데, 하루 동안 켜진 불꽃놀이가 1년간 전국서 산불로 방출된 입자 방출량의 4분의 1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를린 불꽃축제의 상징인 브란덴버그 기념문 앞에서의 불꽃놀이 등 대부분 불꽃놀이는 평소대로 진행된다. 뉴욕타임스는 "독일의 하늘은 불붙은 듯 타오르고, 수 천 개의 작은 폭발 소리로 포화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린, 새해 첫날만 되면 도시 먼지 '폭증' 

시민단체 독일환경행동은 독일 지역 평균보다 미세먼지 분자 수치가 높은 98개 지역에 새해 전야의 전통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그 중 36개 지역에선 “올해 혹은 가까운 미래에 대안적인 방식을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해왔다. 독일 연방정부도 도시들이 자체적으로 사적인 불꽃놀이를 금지하는 규약을 넣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여론도 이런 흐름에 우호적이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서 독일 RND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 57%가 폭죽놀이를 금지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고브가 지난해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61%의 응답자가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는 불꽃놀이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86%는 불꽃놀이가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든다고 답했다.

독일의 불꽃놀이 산업 협회에서 추정키로 지난해 13억 유로(약 1조6800억원)가 새해를 전후한 불꽃놀이에 쓰였으나, 이런 상황도 바뀔 전망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폭죽 판매 상점 두 곳에선 최근 폭죽 판매를 줄이거나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공동체에 대한 것" 논란 지속 

뉴욕타임스는 독일 내에서 새해맞이 풍습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폭죽산업협회 회장인 클라우스 고트젠은 “폭죽을 통해 사람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나누는 기분을 느낀다. 폭죽 풍습은 공동체의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블라이기센(녹인 납을 물에 담가 그 굳은 모양으로 점치는 섣달 그믐날 밤의 독일 풍습)에서 납 사용이 금지될 때도 전통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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