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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무력 강화 핵심' 이병철,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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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7기 5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핵 무력 개발의 주역인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을 정치국 위원과 당 부위원장, 부장(군수공업부)에 임명했다. 정치국 위원은 평상시 노동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자리로, 노동당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2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국 위원 3명, 부위원장 4명, 부장 10명 교체 #김정은의 개인교사 이수용 퇴진 가능성도

이병철은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지난해 13차례의 단거리 발사체 실험을 챙겨온 미사일 분야 전문가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을 맡아 왔다. 그는 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때 동행하곤 했다.

이병철(왼쪽) 신임 정치국 위원이 지난해 8월 16일 새 무기(북한은 대구경 조종 방사포로 주장) 시험발사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이병철(왼쪽) 신임 정치국 위원이 지난해 8월 16일 새 무기(북한은 대구경 조종 방사포로 주장) 시험발사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의 힘, 국방력 강화에서 거대한 성과들을 끊임없이 비축했다"며 "첨단 무기체계들을 개발하는 방대하고도 복잡한 사업이 우리의 믿음직한 과학자, 설계가, 군수노동계급에 의해 완벽히 수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기존 태종수의 자리에 이 분야 책임자인 이병철을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과 함께 이일환 당 근로단체부장(선전선동부장 이동 가능성)과 김덕훈 내각 부총리를 정치국 위원 겸 당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들은 각각 태종수, 박광호, 노두철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타성에서 못 벗어난 경제 관리"…경제 부총리 철퇴?

김덕훈 내각 부총리의 정치국 위원 임용은 노두철 내각 부총리(국가계획위원장 겸직)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국 위원이었던 노두철은 회의 기간 내내 주석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질설이 제기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국가 관리와 경제사업을 비롯한 이여의(다른) 분야에서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며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북한이 이날 국가계획위원장을 김일철로 교체했다고 밝힌 점도 노두철 경질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전원회의에 나오지 않아 신변이상설이 돌았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회의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자리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그는 지난달 27일(보도일)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현장 지도했고, 이번 회의에서 서면 토론을 진행했는데 막상 회의 석상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선 그가 지방에서 회의 참석차 평양으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당한게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당 부장 10명 교체…김정은 개인 교사 이수용 퇴진?

특히 북한은 이번에 당 부장 10명을 교체하며, 이일환·김형준·최휘·이병철·김덕훈·최부일·허철만·이호림·한광상·오일정 등이 새로 임명됐다. 통일부는 노동당의 전문 부서를 20개 안팎으로 보고 있는데, 절반가량을 교체한 셈이다.

눈에 띄는 인물은 인민보안상(경찰청장 격)을 맡았던 최부일을 부장으로 임명한 점이다. 군복을 입고 공식행사에 나섰던 최부일은 이번 회의 내내 사복(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가 어떤 분야를 맡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군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군사부장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원회의 참석자들이 안건에 찬성한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있다. 왼쪽 셋째(김정은 위원장 오른쪽 두번째)가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사진 조선중앙통신]

전원회의 참석자들이 안건에 찬성한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있다. 왼쪽 셋째(김정은 위원장 오른쪽 두번째)가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사진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간부 출신의 탈북자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근로단체를 담당했던 이일환이 선전선동부장으로, 최휘가 근로단체부장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박광호(선전선동부장)와 고령(80세)의 이수용은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대사를 지낸 김형준이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부위원장에 올랐는데 이수용을 밀어내고 외교 사령탑에 올랐을 것이란 얘기다. 이수용은 김 위원장이 1990년대 스위스 유학생활을 할 때 대사를 지냈고, 외교 관련 개인 교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외무성 부상 출신의 김형준이 상(장관)을 거치지 않고 외교 최고 주상에 오른 건,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그가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중·러는 지난달 16일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는데 그가 러시아 대사 경력을 바탕으로 물밑에서 움직였던 게 이번 인사의 배경일 수 있단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당 제1부부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국은 지금까지 그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제1부부장에 임명됨으로써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부부장으로 강등됐다가 복권했거나,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영식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이날 제1부부장에 오른 게 김 제1부부장의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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