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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갑두는 호랑이도 안무섭다···소싸움판 평정한 ‘무적 황소’

중앙일보

입력

청도소싸움 경기의 한 장면. [중앙포토]

청도소싸움 경기의 한 장면. [중앙포토]

바짝 서 있는 굵고 단단한 뿔이 인상적인 6살 국내산 황소가 우리나라 소싸움판을 평정했다. 싸움 좀 한다는 싸움소들이 모두 몰리는, 국내 '메이저' 소싸움판으로 통하는 2019년 청도 소싸움대회 왕중왕전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면서다.

메이저 청도소싸움 왕중왕전 챔피언 #체중 1064㎏, 몸 길이 1m80㎝ 거구 #왕중왕전 끝 청도소싸움 대회 2019 끝 #새해 1월부터 2020년 시즌 시작 '기대'

청도소싸움 갑종 챔피온 '갑두'. [사진 청도공영공사]

청도소싸움 갑종 챔피온 '갑두'. [사진 청도공영공사]

최강 싸움소의 이름은 '갑두'. 체중 1064㎏, 몸길이 1m 80㎝에 이르는 거구다. 갑두는 공식기록으로 14번 싸움판에 나가, 져본 적이 없다. 비공식적인 싸움판에서도 아예 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판정으로도 진 적이 없다. 갑두 이름 앞에 늘 '무패신화' 라는 말이 따라붙는 이유다. 싸움판만 돌아다니는 싸움소의 무패, 거기다 6살 어린 황소의 무패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갑두는 지난달 29일 청도소싸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상대소(챔피언)를 물리치면서, 최강 싸움소라는 명예와 함께 상금 800만원을 거머쥐었다. 올해 왕중왕전에는 체급별로 16마리의 싸움소가 대표로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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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소싸움은 체중에 따라 갑·을·병으로 나뉜다. 헤비급에 해당하는 갑종(800㎏~무제한), 미들급에 속하는 을종(700㎏~800㎏ 미만), 라이트급에 준하는 병종(600㎏~700㎏ 미만)이다. 이번 왕중왕전에도 체급별로 소들이 나눠 승부를 가렸다. 헤비급, 즉, 갑종 우승 소는 갑두, 을종은 비천무, 병종은 '부흥'이 차지했다.

목감아 돌리기는 고급기술 

소싸움은 치고받거나 넘어트리는 이종 격투기와는 좀 다르다. 승패는 최대 30분 이내에 상대 소가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나거나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 승부가 갈린다. 이종 격투기처럼 소싸움판에도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근성과 투지, 상대를 제압할 격투 기술과 체력이 필요한 셈이다.

그래서 싸움소들은 다양한 격투 기술을 익힌다. 단단한 뿔로 상대의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뿔치기’, 상대 뿔에 내 뿔을 걸어, 체중을 실어 순간 목을 비틀어버리는 ‘뿔걸이’, 머리를 들이받고 무작정 힘으로 미는 ‘밀치기’ 등이다. 얼굴을 상대 목 아래에 쑥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들어버리는 고급기술인 ‘목감아돌리기’를 익힌 싸움소도 있다. 갑두가 잘하는 기술이다.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청도 소싸움 한 장면. [연합뉴스]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청도 소싸움 한 장면. [연합뉴스]

청도소싸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내기(베팅)할 수 있는 ‘싸움판’이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청도소싸움은 전통시장에서 슬며시 벌어지는 아마추어 소 싸움판이 아니라는 의미다. 남성출 청도공영공사 차장은 "경기장에 오르는 싸움소들은 경남 의령, 충북 보은 등 전국 11개 민속 싸움소 대회에서 8강 이상 오른 실력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낙지에 십전대보탕 먹는 싸움소

공인 내기 싸움판인 청도소싸움은 1인당 한 번에 100원~10만원을 걸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싸움소들의 한판에 올해만 국내외 관람객 56만2364명이 청도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내기로 오간 돈만 267억원이다. 청도소싸움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만 경기(각 12경기)한다. 보통 한해 100여일간 1200여 경기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마지막 12월 최강 싸움소를 가리는 '왕중왕전'이 벌어진다.

싸움소들은 새해 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2020년 싸움 준비에 들어간다. 보름여 간 쉬면서, 싸움 기술을 익히고, 보양식을 먹는다. 타이어를 끼운 말뚝을 만들어, 그 말뚝 아랫부분을 머리로 들이받은 뒤 뿔로 타이어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고, 200㎏ 타이어를 끌고 공터를 돌고, 주인과 산을 타며 체력 훈련을 한다. 볏짚에 풀과 메주콩·옥수숫가루·쌀가루를 섞어 만든 쇠죽을 기본 밥으로 먹고, 필요에 따라 십전대보탕과 낙지를 먹는 싸움소도 있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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