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밥이던 물메기 ‘魚生역전’···대구보다 비싼 ‘金고기’ 됐다

중앙일보

입력

12월 17일 오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대구잡이에 나선 어민이 대구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17일 오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대구잡이에 나선 어민이 대구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철 속풀이 국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겨울 바다 최고 별미로 손꼽히는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꼼치)가 수년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수온 변화 등으로 인해 지난 2017년에 비해 대구는 50% 이상, 같은 기간 물메기는 80% 이상 위판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겨울철 속풀이국의 대명사 대구와 물메기 수년째 품귀현상 #2017년에 비해 대구 50%, 물메기 80% 이상 위판량 줄어 #11~12월엔 대구보다 물메기가 더 비싼 현상 나타나기도

31일 국립수산과학원의 대구 전문가인 이정훈 박사가 2017~2019년까지 거제 6개 수협 위판장의 대구·물메기 위판량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대구는 2017년 32만 8536㎏이 위판됐다. 하지만 2018년에는 13만2282㎏으로 60% 정도, 2019년에는 15만7959㎏으로 52% 정도 각각 위판량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물메기는 더 급감했다. 물메기는 2017년에는 12만 7716㎏이 위판됐다. 그러나 2018년에는 6만4143㎏으로 50% 정도가 줄었으며, 2019년에는 2만6722㎏으로 8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와 물메기가 ‘金대구와 金메기’로 불리는 이유다.

통영 물메기 모습. 위성욱 기자

통영 물메기 모습. 위성욱 기자

전문가들은 대구와 물메기는 수온 등의 변화로 치어량이 감소하거나 회귀량이 줄어들면서 어획량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박사는 “대구의 경우에는 진해만에서 1월에 부화해 수온이 올라가는 5월 말을 전후로 동해 남부쪽(경북 울진군 죽변쪽)으로 갔다가 다시 수온이 내려가는 12월초 진해만으로 와 잡힌다”며 “이 과정에 수온 등의 영향으로 치어량이 줄거나 회귀 시점이 늦춰지면서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물메기도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왔다가 잡히는데 수온 변화 등이 어획량 급감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물메기는 단년생(1년생)이어서 산란하러 들어온 어미를 많이 잡을 경우 다음 해 어획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원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획량의 변화는 대구와 물메기의 ‘몸값의 변화’도 불러왔다. 예로부터 대구는 값비싼 고기로 대접을 받았고, 물메기는 버리는 생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어생(魚生) 역전’이라 할 만하다.

1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경남 통영과 거제 등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물메기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개 사료로 줄 정도로 천대받았다. 반면 대구는 80~90년대까지만 1마리당 5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대구 어획량이 줄면서 대구 대용으로 속풀이 국으로 물메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물 메기탕은 2~3년 전만 해도 1인분에 1만 2000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최고 1만8000원까지 올랐다. 대구는 1만 5000원에서 2만 원대로 가격 변화가 비슷하다.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의 한 횟집의 대구탕. [중앙 포토]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의 한 횟집의 대구탕. [중앙 포토]

부산의 한 횟집에서 판매하는 물메기탕. [중앙 포토]

부산의 한 횟집에서 판매하는 물메기탕. [중앙 포토]

생산금액에서도 변화가 확연하다. 이 박사가 통계청의 대구와 물메기 경남지역 생산 금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와 물메기를 많이 찾는 11월의 경우 2015년에서 2017년까지는 1kg당 가격이 물메기보다 대구가 비쌌다. 그러나 2018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018년 11월 1㎏ 당 물메기(1만2489원)와 대구(1만2166원)의 가격이 역전됐다. 12월에는 대구(1만1477원)와 물메기(1만3287)의 가격 차가 더 벌어졌다. 물메기 가격도 2015년 11월에는 1㎏당 5586원 정도였으나 2018년 11월에는 1만 2489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대구는 같은 기간 9535원에서 1만2166원으로 변화가 크지 않다.

이 박사는 “물메기는 11월과 12월 어획량이 부족해 가격대가 크게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대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게 가격이 형성되지만, 생산량이 많아지는 1~2월에는 오히려 반대가 되기도 한다”며 “대구와 물메기가 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후대에까지 사랑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자원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