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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50 돼서야 스타됐다"···이제야 제시대 만난 '탑골GD'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팬미팅에 앞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양준일. [연합뉴스]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팬미팅에 앞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양준일. [연합뉴스]

“20대 때 그렇게 간절히 원했는데 50대가 되서야 K팝 스타가 됐어요. 이건 지금의 제가 바라던 모습은 아니었거든요. 모든 게 제 계획과 반대로 된 거죠. 인생은 결국 원하는 것을 내려놓아야 마무리가 되는 건가봐요.”

탑골공원·슈가맨서 소환된 ‘90년대 지디’ # “일주일 전까지 서빙했는데 무대 안 믿겨 #힘든 시간 많았지만 한국서 계속 살고파” #응원과 지지 힘입어 앨범·책 발표 계획도

데뷔 28년 만에 첫 팬미팅을 열게 된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취재진 앞에 선 스스로의 모습이 낯선지 그는 연신 “모두 저를 보러 오신 것이 맞냐”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식당에서 서버로 일했는데 믿기지가 않는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초 활동하던 그가 2019년에 다시 소환된 것은 유튜브 덕분이었다. 90년대 음악방송을 모아놓은 유튜브 채널 ‘탑골공원’ 등을 통해 ‘리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등 과거 무대 영상이 화제를 모은 것. 지드래곤을 닮은 외모와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탑골 지디’ 같은 별명이 생겨났고, 이달 초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에 출연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3600석 규모(2회)의 팬미팅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롯데홈쇼핑 등은 발 빠르게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외국인이 일자리 뺏는다”고 비자 거부

유튜브 채널 ‘KBS K팝 클래식: 어게인 가요 톱 10’에서 화제를 모은 양준일의 무대. [사진 KBS]

유튜브 채널 ‘KBS K팝 클래식: 어게인 가요 톱 10’에서 화제를 모은 양준일의 무대. [사진 KBS]

‘슈가맨3’ 녹화 직후 미국으로 돌아갔던 양준일은 “처음엔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식당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2015년 미국으로 떠나면서 다시는 못 돌아올 줄 알았는데 반겨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연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활동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자 갱신을 거부당했다고 고백했던 그는 “외국 사람이 한국 사람 일자리를 뺏어가는 게 싫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공부방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한달 한달 넘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잠을 못 자며 학습자료를 만들며 주변 학원들과 경쟁했는데 그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어진 거죠.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도 했고요.”

베트남에서 태어나 홍콩ㆍ일본ㆍ미국 등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교포 출신이나 해외 국적 가수들도 많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뮤지션’이라는 평가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당시 한국과 안 맞는다는 건 느꼈다”며 “그렇지만 제가 하는 음악을 바꿀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 흉내낸 것 아냐…몸 때문”

양준일은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도 있고, 스스로 몸에 대해 잘 알아서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KBS]

양준일은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도 있고, 스스로 몸에 대해 잘 알아서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KBS]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건 제 몸 생긴 거랑 필(느낌) 때문일 거예요. 단백질 먹으며 몸을 키운 다음에 V2로 활동할 땐 그런 얘기가 없었거든요. 마이클 잭슨 콘서트는 딱 한 번 가봤고, 엘튼 존은 1년에 한 번씩 갔었어요. 음악이 마음이 아플 때 달래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데, 가사가 중요하잖아요.”

목소리로 10%, 몸으로 90%를 표현한다는 지론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서는 “그 시절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은 모두 목소리가 굉장히 컸는데 저는 너무 작았다”며 “그래도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면 내 모습 같지 않고 무슨 연예인처럼 재밌더라”고 설명했다.

2001년 양준일의 존재를 숨긴 채 프로젝트 그룹 V2를 꾸려 활동했던 그는 “1, 2집 활동도 힘들었지만, 마지막으로한 번만 더 앨범을 내고 싶다는 디자이어(욕망)가굉장히 컸다”고 고백했다. “원래 가사 쓰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는 막 가사가 쏟아져 나왔어요. 아마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잘 됐든 안 됐든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매력은 공식 아냐…패션감각은 타고난듯”

양준일은 ’한국에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며 ’노사연, 민혜경 누나처럼 꼭 필요할 때 챙겨주는 따뜻한 분들이 곁에 있어서 좋은 추억도 많다“고 말했다. [뉴스1]

양준일은 ’한국에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며 ’노사연, 민혜경 누나처럼 꼭 필요할 때 챙겨주는 따뜻한 분들이 곁에 있어서 좋은 추억도 많다“고 말했다. [뉴스1]

새 앨범 계획을 묻는 말에는 “새로운 가사를 쓰기보다는 그때 가사들을 무대에서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예전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그렇게 고가로 팔린대요. 가짜로 찍어내는 것도 많은데, 재편곡과 재녹음을 해서 제대로 앨범을 만들어서 팬들에게 드리고 싶어요. 도대체 제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뭔가 하는 질문도 많이 받아서 책도 준비 중이에요. 한국말이 부족해서 제가 말하고 다른 분이 정리해주시겠지만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된 그가 스스로 꼽는 매력은 뭘까. “그 질문은 저 자신한테 물어보지 않아요. 감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포뮬러(공식)이 나올 거고, 그걸 따라가려고 하면 또 그 포뮬러를 죽이는 포뮬러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 같다. 딱 보면 몸에 어울릴지 판단이 선다”거나 “바쁜 날은 식당에서 하루 14시간을 일하며 16㎞를 걸으면서도 먹는 것을 조절한다”는 걸 보면 천상 연예인이다. 그것도 요즘 시대에 딱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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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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