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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춤판…옆사람 바닥에 쓰러져도 춤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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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46)

앞글에서는 여성실버의 낙상의 경우는 주로 나이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어서 상대 남성의 거친 동작이나 속도가 빠른 스핀 동작을 소화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하였다.

우리가 춤출 때 남성이 리드하고 여성은 남성이 리드에 움직인다. 그러니 결국 춤의 재미는 남성이 리드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기교를 많이 부리는 춤과 동작이 단순한 춤의 차이다. 남성의 기교를 여성이 잘 받아내면 두 사람의 춤이 잘 맞는다고 하고 여성이 잘 받아내지 못하면 춤이 안 맞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춤을 잘 추는 남성이 인기가 좋은 것이다.

콜라텍 이용자가 주로 70대이다보니 순발력과 균형감이 떨어져 스핀을 잘 받아내지 못하게 된다. 여성은 자신 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상대 남성의 스핀을 중지시켜야 한다. [사진 pixabay]

콜라텍 이용자가 주로 70대이다보니 순발력과 균형감이 떨어져 스핀을 잘 받아내지 못하게 된다. 여성은 자신 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상대 남성의 스핀을 중지시켜야 한다. [사진 pixabay]

춤 잘 추는 남성은 처음 만난 상대 여성의 춤 실력을 알 수 없으니 처음에는 난이도가 낮은 동작을 넣다가 차츰 난이도가 높은 동작을 넣는다. 특히 스핀 동작에서 속도감 있고 회전 수가 많은 동작을 넣어보는 일이 흔한데 여성이 춤을 잘 추면 스피드한 스핀 동작을 잘 받아내지만 실력이 부족한 여성은 어지러워서 잘 소화하지 못한다.

특히 콜라텍 이용자의 나이가 70대가 주류를 이루다보니 젊은 시절 춤꾼이었어도 순발력과 균형감이 떨어져 스핀을 잘 받아내지 못하게 된다. 스핀이 빠르다 싶으면 여성 자신은 자신 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상대 남성의 스핀을 중지시켜야 한다. 체면 때문에 혹은 과거 잘했다고 과신한 나머지 참고 받아내다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지러우니 천천히 돌리라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도 어지럼증이 있으면 밖으로 나와서 쉰다. 그러면 낙상사고를 피할 수 있다.

여성은 주로 구두에 의하여 발생한다면 남성의 경우는 본인의 지병을 가볍게 여긴 탓에 낙상하는 일이 많다. 빈혈이 있거나 뇌졸중을 앓은 경험이 있으면 특히 낙상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허리가 아픈 경우도 바닥에 주저앉는 일이 많다. 춤추는 도중 "쿵"하는 둔탁한 물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낙상했다는 증거다. "쿵"소리가 들려서 보니 역시 70대 중반의 남성이 일자로 쓰러져 있다. 그 옆에는 춤을 추던 파트너가 당황하여 낙상한 남성을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우고 있지만 남성은 순간 기절한 듯 미동없이 누워있다.

일일 파트너라면 얼마나 당황하고 재수없는 날이라고 후회할 것인가? 파트너가 낙상하였다고 파트너를 놔둔 채 갈 수 없는 것이다. 주변 사람은 낙상한 사람을 바라만 볼 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 만약 낙상자가 잘못되면 선의의 손을 댔다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절대 낙상사고자 옆에 가는 것을 금기한다. 그저 후유증이 없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볼 뿐이다.

콜라텍에서는 낙상한 사람을 바라만 볼 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 만약 낙상자가 잘못되면 선의의 손을 댔다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사고자 옆에 가는 것을 금기한다. 그저 후유증이 없기를 빌뿐이다. [사진 pexels]

콜라텍에서는 낙상한 사람을 바라만 볼 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 만약 낙상자가 잘못되면 선의의 손을 댔다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사고자 옆에 가는 것을 금기한다. 그저 후유증이 없기를 빌뿐이다. [사진 pexels]

콜라텍은 냉정한 곳이다. 춤추다 쓰러져도 도와주지 않고 바라만 본다. 처음 이 광경을 보게 된 나는 참 매정한 세계요 비인간적인 세계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낙상한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데 음악은 멈추지 않고 신나게 흐르고 주변 사람은 바라만 볼 뿐 낙상한 사람을 피해가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생각할 때는 콜라텍의 음악을 멈추고 응급조치를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데 여기서는 낙상자가 죽든 말든 쓰러진 옆에서 신나고 빠른 리듬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으니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고 초상집에서 가무를 즐기는 것 같아 미안하였다.

만약 비상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사람들도 이런 광경을 자주 접하다 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보통 일로 받아들인다. 비정한 콜라텍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 안전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일밖에 없다. 한 번은 춤을 추는 데 남성이 자꾸 나에게 몸을 기대어 무겁게 느껴져서 혹시 몸이 안 좋냐고 물으니 허리가 아파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한 곡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였지만 남성 파트너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 그만 춤을 추자고 하니 내 손을 놓지를 못하고 자꾸 매달리는 느낌이 들어 힘이 센 나는 부끄럼 없이 부축하여 나왔다.

얼마나 놀랐던지 모른다. 조금 전에는 낙상한 남성실버를 보고 지금은 내 파트너가 허리가 아파서 주저앉는 것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 이후로는 나이가 많은 파트너는 경계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춤추다 낙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춤추기가 두려웠다.

콜라텍 코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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